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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부터 민간에서도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벤처모펀드를 결성할 수 있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민간 벤처모펀드의 등록요건과 투자비율, 운용범위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꾸준히 이어져 온 민간 벤처모펀드 관련 논의가 현실화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 투자자를 벤처모펀드로 끌어들일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경기 침체로 벤처투자 업계 전반이 출자기관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뚜렷한 인센티브가 없는 모펀드 결성에 뛰어들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1,000억원' 벤처모펀드 결성 현실화
이전까지 벤처모펀드는 정부의 예산으로 조성된 모태펀드뿐이었다. 정부 벤처모펀드는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자금을 출자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정부 재정에 대한 시장의 의존성이 과해질 경우, 벤처투자 업계 전반의 자율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이에 정부는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을 통해 벤처투자 생태계에 모험 자본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이번 시행령 의결은 이 같은 구상의 현실화인 셈이다. 중기부 시행령에 따르면 민간 벤처모펀드의 최소 결성 규모는 1,000억원이다. 소규모 펀드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기준을 뒀다는 설명이다. 결성된 벤처모펀드는 출자금 총액의 60% 이상을 벤처펀드에 의무적으로 출자해야 한다.
단, 상기 기준을 충족할 경우 나머지 출자금 운용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중기부는 민간 벤처모펀드가 나머지 출자금을 상장 주식에 투자하거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및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벤처모펀드 운용 주체는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신기술금융업자(신기사), 자산운용사 등이다. 이들은 대기업, 금융기관, 개인 등 민간에서 자금을 유치해 벤처모펀드를 단독 결성할 수 있다.
민간 벤처모펀드, 왜 중요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벤처펀드의 약 3분의 2가 정부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출자를 통해 결성되며, 이로 인해 벤처투자 업계가 정부 재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상태다. 반면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중국 등 '벤처 선진국'은 정책 모펀드와 민간 모펀드가 나란히 벤처기업의 등을 밀어주며 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중기부는 지난해 11월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 지원 방안을 본격 발표한 바 있다. 정부 재원에 대한 의존 없이 조성되고,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벤처모펀드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는 시장에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모펀드'라는 별도의 동력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민간 벤처모펀드가 활성화하면 정부 모태펀드는 청년창업, 창업 초기 기업, 지역기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반면 민간 벤처모펀드는 수익 극대화 운용 전략에 따라 움직이며 벤처기업의 성장 및 발전을 견인해 나가게 된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간 벤처모펀드는 국내 소형 펀드들의 과도한 '정부 재정 의존'을 개선할 훌륭한 방안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정부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던 만큼, 민간 투자 문화가 형성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겨우 이 혜택으로 투자하라고?" 냉랭한 시장
이번 시행령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세제 혜택이 '기대 이하'라는 이유에서다. 중기부는 세법개정안에 따라 민간 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경우 최대 8%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모펀드 운용사의 자산관리·운용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이렇듯 민간 모펀드 결성의 결정적인 유인책이 돼야 할 세제 혜택이 미적지근한 수준에 그치자, 벤처투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고금리 및 경기 침체로 인해 벤처투자 시장은 눈에 띄게 위축된 상태다. 당장 펀드 결성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를 감내할 만한 '메리트'가 부족한 모펀드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출자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위험 자본인 펀드에 돈을 쏟을 만한 여유가 없다"며 "세제 혜택이 충분하지 않다면 펀드보다는 채권을 찾는 투자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기부도 이렇다 할 추가 유인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기부는 재정 투입을 통해 2조원 규모로 결성할 스타트업코리아펀드와 민간 모펀드 매칭을 설계하는 한편, 민간 모펀드 출자자 지분을 모태펀드를 통해 유동할 수 있게 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효과적인 유인책이 되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