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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주관사 선정, 내년 초 IPO 목표
온라인 주력에서 오프라인 판매채널 확대
탈중국으로 ‘미·중 갈등’ 리스크 해소 나서
‘중국판 유니클로’라 불리는 패션 소매기업 쉬인(Shein)이 미국 뉴욕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패스트 패션 시장의 선두 주자인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불리는 만큼 쉬인의 기업공개(IPO)를 두고 시장에서는 최근 10년 내 ‘최대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85조원 기업가치 인정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다수의 미 현지 매체는 27일(현지 시각) 쉬인이 IPO를 위한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장 주관사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을 선임했으며, 쉬인은 이르면 내년 초 뉴욕 증시 상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립 11년 차 기업인 쉬인은 트렌디한 의류와 저가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10달러(약 1만3,000원)를 넘지 않는 제품들이 주를 이루며, 대표상품은 9달러(약 1만1,000원) 청바지다. 중국을 제외한 150개 국가에서 사업을 전개 중이며, 주요 판매채널은 온라인몰이다. 쉬인의 2022년 매출은 230억 달러(약29조6,378억원)로, 순이익은 8억 달러(약 1조312억원)에 달한다.
방대한 소비자 풀과 탄탄한 매출을 앞세운 쉬인의 기업가치는 급격히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투자 라운드에서 쉬인은 660억 달러(약 8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쉬인이 660억 달러보다 높은 가치로 공모가를 책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10년 내 IPO 최대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최근 미국 자본시장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 2년여 동안 꽁꽁 얼어붙은 상태로 지속 중이다. 지난 9월 14일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IPO를 마쳤지만, 상장 이후의 주가 흐름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51달러의 공모가로 시장에 입성한 ARM의 주가는 이후 꾸준히 50달러대에 머물다가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최근 급등해 27일 6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침체했던 반도체 시장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며 ARM의 주가도 급등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이처럼 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쉬인의 IPO에 거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큰 가운데 미·중 갈등이 쉬인의 IPO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쉬인은 올해 상반기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조사 대상으로 지목되며 미국 내 사업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신장 지역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된 면화를 공급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 전까지 해당 의혹을 소명하라고 요구했고, 쉬인은 “의류 생산 과정에서 승인되지 않은 지역에서 온 면화가 발견되면 생산을 중단하고, 문제의 면화가 포함된 제품은 판매에서 제외한다”며 “우리의 공급망 투명성 노력은 업계 표준과 일치하거나 일정 부분에서는 이를 뛰어넘는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2021년 중국 난징에서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하며 지정학적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애써온 쉬인은 아직 중국 광둥성에 집중된 생산 단지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기 위해 지난해 7월에는 튀르키예에 생산 라인을 구축했고, 올해는 인도 소매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탈(脫)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상장 성공하면 100조원대 몸값, ‘2021년 이후 최초’
매년 5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인 쉬인은 2021년 경쟁 패스트 패션 기업 유니클로의 매출을 추월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H&M마저 뛰어넘었다. 여기에 지난 8월에는 또 다른 패스트 패션 기업 포에버21의 지분 인수를 발표했다. 여타 브랜드와 달리 온라인 판매를 주축으로 성장해 온 쉬인이 상장에 앞서 오프라인 채널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2020년 파산보호절차를 밟기 시작한 포에버21은 미국 내 500개 이상의 자체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달 초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쉬인은 IPO에서 자사의 기업가치 최종 목표를 최대 900억 달러(약 116조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미·중 갈등 이슈를 안고 있는 쉬인이 무사히 미국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만약 무사히 상장에 성공한다면 2021년 기술주 폭락 이후 IPO에 성공한 기업 중 기업가치가 100조원을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