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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메가 프로젝트’ 합류 기업 줄 이어, ‘신(新) 중동 붐’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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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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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 연이은 대규모 수주
스마트시티, 수소 에너지 등 다방면 협력 확대
“투자 집행 전 기업의 채산성 검토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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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건설되는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상상도/사진=네옴시티 공식 홈페이지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에서 연이은 대규모 수주를 기록하면서 ‘신(新)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업계를 뒤덮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일부 대기업에 한정됐던 중동 대규모 건설 공사 수주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DL이앤씨, 호반그룹 등 다양한 기업으로 확대되며 장밋빛 전망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누적 수주액 2015년 이후 최고

26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DL이앤씨는 사우디 해수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소형모듈원전(SMR)을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우디 정부 산하 기관이자 사우디 제2의 전력 생산 사업자인 SWCC는 현재 세계 최대의 해수 담수화 설비 운영을 통해 탄소 저감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MOU와 관련해 유성훈 DL이앤씨 담당 임원은 “DL이앤씨가 보유하고 있는 건설정보모델링 및 모듈러 플랜트 설계 기술을 SMR 사업에 접목해 SWCC 담수화 플랜트의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또한 사우디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모하메드 알-오자이미 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은 “호반그룹은 계열사인 대한전선을 통해 사우디 내 초고압 케이블 생산 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이번 MOU를 통해 메가 프로젝트 등 건설 사업 확대가 예상된다”며 해외 사업 확대를 시사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사우디 현지 기업 2곳과 MOU를 맺었다. 코오롱글로벌은 수처리 관련 업체 마스코(MASCO)와 향후 사우디 국영수자원공사의 대규모 발주 사업에 공동 참여할 계획이며, 제조유통사 파이드(FAIDH Co.)와는 코오롱그룹의 친환경 인조 잔디 생산 기술을 활용해 사우디 시장 판매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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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사우디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진전은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과 올해 윤 대통령의 답방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우디의 미래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더 라인’의 지하터널 첫 구간을 공동 수주했고, 올해 6월에는 현대건설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미랄 프로젝트’ 합류 소식을 전했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현대건설이 수주한 공사는 50억 달러(약 6조4,8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부터 9월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 누적 금액은 235억 달러(약 30조4,560억원)로 전년 동기(224억 달러-약 29조304억원) 대비 5%가량 증가했다. 이는 3분기 말 누적 수주액 기준으로 지난 2015년 기록된 345억 달러(약 44조7,120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동행 모색해야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내 건설사들의 선전에 반색을 표하면서도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단타성 거래주의보다는 상호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장기 협력 구도 형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시티와 수소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7·80년대 우리 경제를 뒤흔든 중동 붐에서 한 걸음이라도 발전해야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973년 삼환 엔지니어링의 메카 고속도로 건설을 계기로 시작된 사우디 건설시장 붐은 대규모 외환 확보, 우수 인력 송출과 고용 창출, 한국 건설 업계의 국제화 등에 괄목할 만한 공헌을 했지만, 1980년대 사우디의 보호주의 정책과 재정상황 악화 및 건설시장 위축, 과당 경쟁 등이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중동에 진출한 우리 기업 대부분은 철수를 택했고, ‘무한 기회의 땅’으로 불렸던 중동은 한순간 기피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사우디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이전에 정교하고 신중한 채산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지 정부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한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의 업체들과도 MOU를 체결하고 있는 만큼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웠던 과거와 달리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확보는 물론 장기적 득실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도 “종교와 문화 등에서 우리와 접점이 없다시피 한 만큼 사우디 시장은 상황 변화에 따라 블루 오션이 한순간 레드 오션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짚으며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핵심 기조로 하는 현 정부의 가치외교 구호를 기반으로 한 국가 방향성과의 시너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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