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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블이 만능은 아냐" 고금리 상처 여전한 IPO 시장, 아직은 못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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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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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장이 심상찮다" 지난해 말부터 따따블 행렬 이어져
컬리·케이뱅크·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까지 '상장 재도전' 조짐
꺾이지 않은 고금리 압박, 무리한 상장 시 기업가치 평가절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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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게 식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봄바람이 불어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IPO 시장 '따따블(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상승)' 행렬이 투자 심리 회복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IPO 시장이 과열되자 지난해 시장 위축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IPO 대어들마저 줄줄이 재도전장을 꺼내 들고 있다. 아직 시장을 옥죄는 고금리 압박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IPO 시장만이 부러진 다리로 '나 홀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어지는 따따블 행렬, 대어 재상장 조짐까지

지난해 12월, IPO 시장에 회복의 신호탄이 발사됐다. 케이엔에스를 시작으로 LS머트리얼즈, DS단석이 줄줄이 상장 첫날 '따따블'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올해 첫 상장 기업인 우진엔텍, 조선기자재 업체 현대힘스 등이 줄줄이 따따블을 기록, 시장 열기를 더하기도 했다. 한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시장은 오랜만에 불어든 봄바람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IPO 시장이 예상외의 순항을 이어가자, 지난해 시장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포기했던 기업들도 재도전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리테일 테크기업 컬리는 올해 내 상장을 목표로 IPO 재추진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컬리는 지난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그해 8월 심사를 통과하며 상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업가치가 눈에 띄게 하락했고, 결국 상장 추진 작업 연기를 결정했다. 컬리는 지난 2021년 12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를 유치하며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IPO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현재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상태며, 차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정감사인 신청 및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9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지난해 초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 작업을 철회한 바 있다. IB 업계에선케이뱅크가 6~8조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IPO 최대어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서울보증보험 역시 지정감사인 신청에 나섰다. 지정감사인 신청은 일반적으로 상장 준비의 '첫걸음'으로 통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10월 수요예측 당시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3만9,500~5만1,800원) 시가총액이 약 3조6,168억원에 달하는 대어였지만, 참여 기관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 하단 이하의 가격을 써내며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이후 서울보증보험은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IPO 시장, 진짜 회복된 걸까?

IPO 시장이 하루하루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직 상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과 시장 부진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월 연방준비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유지하고, 당분간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난 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리는 "우리 금리 인하 속도는 (미국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 한동안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올해 하반기는 돼야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재 IPO 시장 과열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근본적인 시장 상황 변화는 금리 인하 이후에야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무리하게 IPO를 시도했다가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금 마련이 급한 기업이 아니라면 굳이 무리해서 상장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상장 기업 대다수는 안정적인 상장을 위해 스스로 몸값을 낮추기를 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상장한 기업은 총 82개로, 이 중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하거나 상단에 확정된 기업은 자그마치 66개에 달했다. IPO 시장 과열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케이엔에스와 LS머트리얼즈 역시 자체적으로 몸값을 낮추며 겨우 흥행에 성공한 사례였다. 올해 상장을 단행하는 기업은 기업가치의 '평가절하'를 각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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