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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 0.24:1, 수도권 경쟁률의 30분의 1에도 못 미쳐
삼성 공장 신규 투자에 부동산도 '활기', 신고가 기록하는 단지 나오기도
미분양 적체에 기존 아파트 가격도 하방 압력, "P4 호재 확산하기까지 기다려야"
경기 평택시 평택지제역 인근 주택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세를 이루면서 삼성전자가 평택 지역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미분양 늪'으로 전락한 평택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 평택지제역 인근엔 준공 5년 이내 새 아파트가 1만 가구 이상 몰려 있다. 평택지제역은 2006년부터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운행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KTX와 SRT 등 고속열차가 연결되는 등 교통 호재가 잦았던 지역이다. 최근엔 정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C노선을 평택지제역에 연장하는 계획을 밝히면서 평택지제역 일대가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교통 요충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이 지역은 '미분양 늪'으로 전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평택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7개 중 6개가 2순위 청약까지 받고도 미분양이 나왔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0.24:1로 상반기 수도권 평균 경쟁률(8.09:1)의 3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평택의 미분양 아파트는 4월 기준 2,641가구로 6개월 전(595가구)의 5배까지 늘었다. 경기도 전체(9,459가구) 미분양 아파트 10채 중 3채가 평택에 있는 셈이다. 평택 소재 아파트의 매매 가격도 6월 기준 18주 연속 떨어졌다. 각종 호재에 공급 과잉이 발생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P4 투자 시사한 삼성, 주택 시장도 활기 되찾았다
다만 최근 들어선 평택 지역의 주택 시장에 활기가 돌아오는 양상이다. 역과 가장 가까워 일대 시세를 주도하는 '대장 단지'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는 올해 들어 35가구가 손바뀜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31건)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도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택시 동삭동 '힐스테이트지제역퍼스티움' 전용 84㎡는 지난달 6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같은 면적 아파트가 4억원에 거래된 이후 1년 넘게 거래가 없었음에도 단숨에 몸값을 2억원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해 6월 준공한 동삭동 '평택지제역자이'의 경우 입주 초기 쏟아진 저가 매물이 대부분 소진되고 최근엔 전용 84㎡ 기준 8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아직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 가격 차이가 커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현지 중개업 관계자들은 한 번 거래가 나오면 역대 최고가에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외 동삭동 '힐스테이트지제역'과 같은 동 '더샵지제역센트럴파트' 1~3단지, 'e편한세상지제역' 등에서도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호가가 오르고 있다.
이처럼 평택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된 건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조성을 재차 시사하고 나선 영향이다. 앞서 지난 7월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P4)에 낸드플래시 라인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주요 설비를 반입할 예정이며, 정식 발주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P4 건물과 인프라를 완성하고도 주요 설비는 들이지 않았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낸드플래시 라인을 추가할 이유가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는 2022년 하반기 들어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했고,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감산이 이어졌다.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하고 최신 기술로 제조 공정을 전환하며 메모리 출하량을 줄이는 식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기조는 반도체가 회복 기미를 보인 작년 말과 올해 1분기, 이어진 2분기까지도 이어졌다. 이전까지의 손실을 만회하고 속도 조절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엔 상황이 다소 바뀌었다. AI 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수요 회복도 확실시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P4 신규 라인 투자를 본격화하고 나선 이유다. 결국 반도체 업계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면서 평택 지역 주택 시장도 덩달아 회복세에 접어들게 된 셈이다.
미분양 적체는 여전, "물량 해소까지 시간 필요할 듯"
문제는 이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미분양 문제가 그만큼 심각했던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분양한 '신영지웰 평택화양'은 총 992가구 모집에 단 21건의 청약만이 들어왔다. 전체 물량 대비 청약 접수율이 2% 남짓에 불과했단 것이다. 지난 4월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 2차' 역시 369가구 모집에 29건 청약에 그쳤다.
미분양 적체가 여전하다 보니 기존 아파트 가격도 거듭 하방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 84㎡는 지난달 6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11월 9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고덕제일풍경채더퍼스트' 전용 84㎡ 역시 2021년 9월 9억2,700만원에 매매됐지만 최근엔 3억원 넘게 하락한 6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P4 호재가 주택 시장 전반에 확산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