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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위-구글, 행정소송 6차 변론 열러
개인정보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하면 위법”
구글 “핵심 내용에 대해 적법한 동의 받았다”
구글이 한국 정부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섯 번째 변론이 진행됐다. 과징금은 구글이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구글 계정 가입 과정에 나오는 ‘옵션 더보기’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구글 회원 가입시 '동의' 항목 기본으로 설정
23일 법조계와 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제기한 개인정보위 처분 취소 행정소송의 6차 변론이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22년 개인정보위가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을 사유로 과징금 692억원을 부과하자, 이에 반발한 구글이 지난해 2월 제기한 것이다.
6차 변론기일 당시 구글 측과 개인정보위 측은 모두 구글 계정을 만드는 방법을 법정에서 시연했다. 구글의 ‘개인 정보 보호 및 약관’ 화면에는 ‘정보의 보유 기간’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관리’ 항목에 이어 옵션 더보기 항목이 나오는데, 다른 항목과 달리 옵션 더보기는 오른쪽에 있는 ‘V’를 클릭해야 세부 내용을 볼 수 있게 돼 있다.
이를 열면 맞춤형 광고를 위해 이용자의 행태 정보를 수집해도 되는지를 묻는 항목이 나타난다. 행태 정보란 다른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방문 이력, 구매 및 검색 이력 등 이용자의 관심사나 기호,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상 활동에 관한 정보를 뜻한다. 이 정보는 구글의 주수입원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되는데, 문제는 옵션 더보기에서 이용자가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기본 설정은 ‘동의’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가입자가 옵션 더보기를 못 보고 지나치거나 동의 여부를 정하지 않더라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얘기다.
개인정보위 vs 구글 입장차 대립 첨예
하지만 이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개인정보위 측은 “옵션 더보기 항목은 처음부터 가려져 있는 항목인 데다 가입 절차에서 이 항목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어서 대다수의 이용자는 이를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해당 항목은 기본값이 동의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용자가 사후적으로 동의 거부를 해야만 동의가 철회되는 방식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위법”이라며 “이용자가 가입 절차를 완료하는 데 사업자가 숨겨놓은 옵션 창을 새로 열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거쳐야 한다면 이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명확한 고지라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개인정보위는 무엇보다 구글이 해외에서는 이와 다른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유럽에서는 옵션 더보기 세부 내용이 숨겨져 있지도, 동의가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반면 구글 측은 “행태 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는 구글이 아닌 웹 사업자나 앱 사업자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플랫폼으로 정보 수집 도구를 제작·배포할 뿐, 행태 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을 책임은 구글을 통해 접근하는 웹이나 앱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웹·앱 사업자가 이를 설치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고, 수집되는 항목을 선택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려면서 “설령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 의무가 구글에 있더라도 구글은 적법한 동의를 받았다”며 “이용자가 동의를 구하는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을 인지한 상태에서 동의했다면 적법하다고 판단한다”는 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옵션 더보기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별도의 설정을 통해 동의 철회가 가능했었는데 옵션 더보기가 생김으로써 계정 생성 단계에서도 동의 범위나 철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며 “이용자가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해 선택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였으며 이용자를 기망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법상 '비공개' 대상이어도 공개 여부 판단해야
이런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사용자들의 인터넷 이용 상황을 비밀리에 추적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기된 집단소송에서 원고 측과 합의한 바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위의 승소를 점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구글과 소비자 측이 예비 화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히며 다음 재판을 보류했다. 화해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 측 변호사들은 조정을 통해 구속력 있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원고 측은 브라우저를 프라이빗 모드 등으로 설정해도 구글이 분석기술과 쿠키 등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글이 사용자의 친구와 취미, 좋아하는 음식, 쇼핑 습관 등 사적인 정보를 상세하고 광범위하게 수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글은 지난해 8월 소송의 기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로저스 판사는 구글이 비공개 모드로 검색할 때 사용자의 자료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을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정책과 정보 수집에도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나온 대법원 판결도 개인정보위 승소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작년 4월 대법원 3부는 구글 회원 A씨 등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4년 2월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사용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구글 측이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고, 재차 답변을 요청했으나 결국 답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은 미국 본사인 구글에게 비공개 의무가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 현황을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고 2심도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며, 구글이 비공개 사항을 제외한 개인정보 제공 현황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또 구글코리아에 대해서도 위치정보서비스와 위치기반서비스 관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므로 열람·제공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원고 측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구글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였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외국 법령의 존재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고, 해당 법령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외국 법령의 존중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 요건이 충족돼 실질적으로 비공개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