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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식, 저출산 시대에도 판매량 호조
'골드 키즈' 트렌드가 낳은 '프리미엄화' 현상이 성장세 견인
중국 등 여타 주요국에서도 이유식 시장 성장세 관측돼
영·유아식 시장이 저출산 악재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산율이 미끄러지며 '골드 키즈(한 자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부모들의 소비 패턴)'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영·유아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영·유아 줄어도 이유식은 잘 팔린다?
3일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이유식 매출액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이유식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고,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매출액도 15.0%, 이마트는 12.7%가량 늘었다. 저출산 시대가 도래하며 영·유아기 아동의 절대적인 수가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실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유식은 대형마트에서만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다. 업체 자사몰 등 여타 채널에서 유통된 양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 판매됐을 것"이라며 "이유식 시장 전반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확장 중이다. 그중에서도 간편 영·유아식 시장은 2015년 680억원에서 2020년 1,671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3,300억원까지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689억100만원 규모였던 분유 시장이 2023년 520억2,600만원 규모까지 위축된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흐름이다.
이유식 시장의 '프리미엄화' 풍조
업계에서는 이유식 시장이 성장한 배경으로 '프리미엄화' 풍조를 지목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부모들은 자녀 수가 1~2명으로 적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에 따라 귀한 자녀의 건강, 즉 식단에 극진한 정성을 들이는 부모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 이유식 시장은 이 같은 '프리미엄' 수요에 발맞춰 성장하고 있다. 부모의 편의보다는 아이의 건강에 집중해 고급화된 상품을 내놓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골드 키즈 트렌드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국내 식품업체들도 이 같은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프리미엄 이유식 브랜드를 속속 론칭하고 있다. 하림이 지난해 11월 론칭한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가 대표적이다. 푸디버디의 제품은 100% 국내산 유기농 쌀과 한우, 국내산 생계육·생돈육 등 고품질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녀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자 하는 골드 키즈 소비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했다.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 브랜드 초록마을도 고급 영유아식 브랜드 '초록베베'를 선보인 뒤 성장 전 주기에 걸친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어 유아식 브랜드 강자인 매일유업 역시 올해 들어 '맘마밀'의 뒤를 잇는 유아식 브랜드 '리케(Lykke)'의 상표를 출원, 본격적인 론칭 준비에 착수했다. 업계는 매일유업이 추후 리케를 통해 프리미엄 수요에 발맞춘 영·유아식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네덜란드도 '프리미엄 이유식' 열풍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해외 국가에서도 이유식의 프리미엄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중국 이유식 시장은 젊은 부모 세대의 과학적인 양육 의식을 발판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유식 시장의 경우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고, 성장 기대도 큰 편"이라며 "기존 영·유아식을 취급하던 업체들과 스타트업은 물론, 식품업계 외 기업까지 속속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이유식 시장의 정점에 서 있는 브랜드는 미국의 거버와 하인즈다. 이들 기업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다졌으며, 장기간 1·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영향력을 갖춘 현지 브랜드로는 팡광과 이웨이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탄탄한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바탕으로 덩치를 불려 왔으나, 최근 브랜드 구축·마케팅 부문에서 신생 브랜드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 이유식 시장에서도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프리미엄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유기농 △채식 △할랄 등 특정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이유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는 출산율이 상당히 높은 국가다. 영·유아식 시장 전망이 밝다는 의미"라며 "한국에서만 자라는 과채류·곡물을 이용한 상품, 유기농 상품 등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이) 네덜란드 시장 진출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