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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중국 미래 전략산업 핵심 ‘드론’
한국은 점유율·인프라 모두 하위권
중국 정부가 자국 드론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가운데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가 새로운 농업용 드론을 출시했다. 다양한 활용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드론 기술력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연매출 6조원 목전에 둔 DJI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드론 제조업체 다좡이노베이션스(大疆创新·DJI)는 지난 26일 새로운 농업용 모델 T70을 정식 출시했다. 정해진 루트에 맞춰 비료 살포, 방제, 종자 파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T70은 AI 기반 장애물 감지, AR 지원 비행 항법 등 다양한 첨단 시스템을 탑재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직전 모델 T60 대비 연료를 최대 25% 절약할 수 있어 대규모 작업에 적합하다는 게 DJI의 설명이다.
션 샤오준 DJI 글로벌 시장 책임자는 “우리는 농업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며 “산업의 확장과 사용자 수요의 증가에 따라 농업, 임업, 축산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출신의 왕타오 회장이 2006년 설립한 DJI는 2009년 첫 번째 에이스원(Ace One)을 시작으로 드론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A2, A3로 이어진 해당 시리즈는 압도적인 가격과 성능을 자랑하며 DJI가 내놓는 산업용 멀티콥터들의 기반이 됐다. 이후 2013년에는 첫 양산형 드론 팬텀1(Phantom1)을 출시하며 취미용 드론이 주를 이루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매출 301억4,000만 위안(약 5조8,000억원)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며, 북미 시장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국 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중국 정부도 드론을 비롯한 ‘저고도 경제’를 내세우며 그 활용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9월 중국의 국경일을 기념해 광둥성 선전에서 펼쳐진 세계 최대 드론 쇼는 저고도 경제 육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드론 1만197대가 동원된 해당 쇼를 통해 두 가지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하나의 컴퓨터를 활용해 최다 드론 동시 비행에 성공했고, 드론으로 만든 최대 항공 이미지 기록 또한 새로 쓴 것이다.
느슨한 규제에 개발도 판매도 일사천리
중국 내에서 드론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드론 관련 규정을 꼽을 수 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드론은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유망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선전시에서는 1만 위안(약 190만원)만 투자하면 반년도 지나지 않아 드론 시제품을 만져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처럼 다양한 드론 기업들이 세워지고 제품도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이용자들을 관리할 별도의 규제는 마련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공항 등 비행금지구역에 드론이 진입하는 사고가 급증하자, 2017년 뒤늦게 드론 실명제를 도입했다.
매년 5월 개최되는 선전 드론박람회는 중국인들의 드론 사랑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500개 이상 업체가 참여해 2,000여 개 부스를 자랑하는 해당 박람회에서는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 입장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드론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부터 데이트에 나선 연인, 심지어 가족 단위 입장객까지 다양하다. 이는 DJI 등 대형 드론 업체의 오프라인 매장 또한 마찬가지다. 드론이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문화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韓, 드론 준비도 12개 선진국 중 최하위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10억 달러(약 15조원)로 전년 대비 25.2% 성장했다. 2030년에는 548억 달러(약 74조원)로 5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심에는 중국 DJI가 있다. 드론 인더스트리 인사이트에 의하면 2021년 기준 DJI는 미국 시장의 76.1%를 점유했다. 이는 인텔(4.1%), 3D로보틱스(0.6%) 등 미국 기업을 크게 앞지른 수준이다. 가격과 가용성, 사용 편의성, 품질 등 여러 면에서 DJI 제품을 대체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평가다.
DJI의 독주 속에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2.6%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드론 산업 인프라 또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영국 BT그룹에 의뢰해 진행한 ‘드론 준비도 조사’에서 12개 선진국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산업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활용에서도 버거운 실정이다.
향후 전망도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드로니가 최근 발표한 각국 드론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드론 산업의 낙관 수준(Industry Optimism Level)은 6.3점으로 글로벌 평균(6.6점)을 밑돌았다. 이는 북미(7.2), 영국(6.7)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7.8), 남아프리카공화국(7.2), 콜롬비아(7.1) 등 개발도상국보다도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