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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산업 규제가 인플레이션 유발하는 ‘친환경 딜레마’ 긴축 정책 시 친환경 산업 위축 ‘통화 정책’과 친환경 산업 육성 위한 ‘재정 보조’, ‘신용 정책’ 혼합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경제가 기존의 ‘오염 기술’(polluting technologies)을 버리고 친환경으로 나아갈수록 각국 중앙은행들은 새로운 고민거리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친환경 기술 투자를 보류하지 않으면서 오염 산업 규제에 따른 단기적 인플레이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이러한 ‘친환경 딜레마’(green dilemma)는 친환경 기술로의 이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상당 기간 모든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이 해결해 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오염 산업 규제, 친환경 전환기 인플레이션 촉발
친환경 경제(green economy)로의 이행은 그간 사용한 ‘오염 기술’을 버리고 친환경 대체 기술을 도입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탄소세, 배기가스 배출 상한제 등의 정책을 비롯한 환경 오염 규제는 기존 ‘오염 기술’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이 각국 통화 정책에 던지는 새로운 고민거리다.
친환경 전환기에는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고용률과 인플레이션의 선형적 비례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의 모양이 변한다. 고용률이 낮은 상태에 있으면 인플레이션도 낮게 유지되지만 고용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염 기술 규제와 이에 따른 생산품 가격 상승이 더 가파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시점 또한 앞당겨지게 되며 수요가 줄어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 해도 이전 상태로 완전히 복귀하지는 못한다. 고용과 경제 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결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의 과제 난이도가 친환경 전환기에는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통제 위한 긴축 정책, 친환경 산업 위축
친환경 기술의 혁신이 환경 목표와 생산성을 조화시켜 장기적인 경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발전한 친환경 기술 도입으로 ‘오염 기술’ 퇴출에 따른 생산성 감소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전환은 각국의 통화 정책에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감축하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은 총수요를 낮추고 투자까지 위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친환경 산업의 경우 기존 산업보다 필요한 투자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기 때문에 통화 정책에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친환경 업체들이 높은 금리와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데 갑작스러운 긴축 통화 정책이 시행됐을 때 친환경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기존 산업보다 더 크게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정책이 친환경 산업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 시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긴축 정책과 함께 ‘친환경 산업 보조금’, ‘저리 대출’ 병행이 답
‘친환경 딜레마’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접근방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무시하고 높은 고용률을 유지한 채 친환경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인플레이션 불안감을 고조시켜 전체적인 경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상존한다. 다른 대안으로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수요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높은 실업률과 친환경 산업 투자 축소는 물론 총생산성과 국내총생산(GDP)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장기적으로도 친환경 전환을 늦추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두 가지 접근을 절충한 제3의 방안이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신용 정책의 혼합이다. 친환경 산업에 초점을 맞춘 재정 보조금과 대출을 통해 긴축 통화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인데, 친환경 기업에 연구개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대출 금리를 낮춰주면 전반적인 경제 위축에도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로도 입증된다. 일정 수준의 긴축 통화 정책과 강력한 재정 및 신용 정책을 묶으면 경제 위축을 최소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전환까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분야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통화 긴축의 필요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친환경 딜레마’는 중앙은행들이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제’(inflation targeting)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섬세한 접근방식을 사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 및 환경 문제 해결과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 방안은 정책 당국 간 협력에 있다. 통화 정책과 재정 및 신용 정책을 조화시켜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면서 경제 성장률과 생산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경제 안정과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포르나로(Luca Fornaro) 바르셀로나 경제대학원(Barcelona School Of Economics) 연구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green dilemma for monetary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