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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0년물 국채 금리도 처음으로 日 역전 대규모 경기 부양책 이후 통화 완화 기조 국채 순매수 흐름 속 트럼프 리스크 작용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년 만에 2% 아래로 떨어졌다. 앞서 중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역전당한 지 사흘 만의 일이다. 중국 정부가 취약한 내수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채 순매수 흐름 속에 국채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한 무역 갈등 우려 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하면서 국채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中 경기 침체 장기화에 안전 자산 수요 확대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주째 하락세를 보인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날 0.02포인트 하락한 1.9995%를 기록했다. 금리가 2% 선이 붕괴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22년 만이다. 국채 금리는 '만기에 받는 수익률'로 국채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줄어든다. 즉 국채 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 경기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디플레이션 등으로 부진이 깊어지자 안전 자산인 채권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채 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04%포인트 하락한 2.17%에 거래되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국채 금리(30년 만기 2.31%)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중국인민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고 국채 순매수하면서 국채 랠리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민은행이 국채를 순매수하는 한편, 예비율을 더 인하하고 시장에 더 많은 현금을 투입하는 등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하면서 채권 투자자의 높아진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미 시에 싱가포르 OCBC은행 아시아 거시경제팀장은 중국 국채 가격 상승을 두고 "지급준비율 인하에 대한 기대, 정부의 유동성 지원, 여전히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 등 세 가지 요인이 고르게 작용했다"고 짚었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FT는 "인민은행의 경기 부양책 외에도 미국과의 무역 마찰 우려가 국채 가격을 높였다"고 분석했고, 블룸버그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심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중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확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국채 금리 하락 속 환율 하락, 기준금리 인상도 한계
국채 금리의 하락이 이어지면서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기대한 중국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인해 달러당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 자본의 국외 유출을 심화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수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이처럼 경기 부양과 환율 방어 사이에 셈법이 복잡해지자 지난달 인민은행은 1년 만기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2.0%로 동결했다. 앞서 지난 9월 1일에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1년 만기 MLF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당초 시장에서도 마냥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MLF 금리가 2.0%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11월 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동결됐다. 다만 9월 금리 인하 이후 시장 유동성 공급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시장 유동성 공급 확장 대책의 일환으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대출우대금리) 1년물과 5년물을 각각 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월과 7월 인하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인하다. 연중 LPR을 세 차례 인하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지준율과 금리에 손을 댄 이유는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 중국 경제 최대 리스크인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올해 목표한 성장률 5% 달성도 어둡다는 전망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후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자 중국 정부는 이달 LPR을 동결했다. 유동성 공급 확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생각하면 인하 흐름을 이어가야 하지만 위안화 가치 하락을 고려해 마냥 금리를 끌어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어 LPR 선행지표 격인 MLF 금리도 동결하면서 연내 LPR의 추가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9월 경기 부양책에도 내수 침체 벗어나기 어려워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내수 부양을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국과의 또 다른 무역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수출보다는 내수 부양을 통한 성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10조 위안(약 1,940조원)이면 소비자 지출을 촉진하고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충분하다"며 "투자자들은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 부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후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들을 도입하자 중국 증시는 최근 몇 년 만에 보기 드문 랠리를 펼쳤다. 이후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부진한 소비 지출에 대한 부양책이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SNS를 통해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맥쿼리 애널리스트 래리 후와 유샤오 장은 "중국에 대한 관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트럼프의 새 임기가 시작된 직후에 시행될 수 있다"며 "그간 성장에 의존해 온 중국이 수출과 제조업의 타격과 함께 '무역전쟁 2.0'이 발생하면 내수, 특히 소비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SCMP도 "내년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줄다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만큼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