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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협·공공 담론 왜곡 가능성 인정
젊은 층 겨냥 ‘틱톡 살리기’ 나선 트럼프
오라클·MS·벤처캐피탈 등 인수 후보 여럿
중국에 기반을 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미국 내 서비스 중단 위기에 처했다. 미국 법원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자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률에 합헌 판단을 내리면서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대법원 심리와 자사에 우호적 입장을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일정을 의식해 법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내년 1월 19일까지 사업권 매각해야
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항소법원은 지난 6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기한 내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한 일명 ‘틱톡강제매각법’이 합헌이라고 결정,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틱톡은 내년 1월 19일까지 사업권을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법원은 중국에 모기업을 둔 틱톡이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미 법무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국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유출하거나 미국 연방 직원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한 것이다. 또한 중국이 틱톡을 통해 공공 담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올 4월 미 의회를 통과한 틱톡강제매각법은 바이트댄스에 대해 270일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정해진 기간 내 매각하지 않을 경우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는 전면 금지된다.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가 틱톡 앱의 다운로드 및 업데이트를 금지하고,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의 틱톡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만약 틱톡에 접근·유지·업데이트를 허용한 앱스토어 또는 호스팅 서비스의 운영자는 미국 사용자 1인당 5,000달러(약 715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틱톡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미국 수정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해당 법률이 바이트댄스는 물론 미국 내 틱톡 사용자들의 기본권까지 침해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틱톡 측의 재항고가 예상되는 만큼 최종 결정은 연방 대법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틱톡은 연방대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당 법률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연방대법원에 재항고와 관련해 심리 여부가 결정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에 항소법원 단계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 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틱톡 사냥꾼에서 틱톡 구원자로
시장에서는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이 틱톡 관련 현안에 어떤 기조를 보일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만 해도 틱톡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정의하며 비판했지만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젊은 층 지지세 확대에 도움이 되는 틱톡을 “구하겠다”고 말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30대 이하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그는 선거 유세에도 SNS를 적극 활용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월 틱톡 영상을 통해 “미국에서 틱톡을 구하고 싶다면 트럼프에게 투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틱톡에서 얻은 자신의 인기를 정치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NYT는 지난 3월 트럼프 당선인과 바이트댄스의 주요 투자자인 제프 야스 간 만남에도 주목했다. 모든 관계에서 ‘거래’를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태세 전환 이면에 물밑 움직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야스와의 만남에서 틱톡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NYT는 야스가 틱톡 구제 로비를 펼치고 있는 클럽포그로스(Club for Growth)의 주요 후원자라는 점을 설명하며 판단을 독자들의 몫으로 돌렸다.
법률 폐지 가능성 희박, 인수 후보 줄줄이 등장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태세 전환에도 이미 발효가 된 법을 뒤집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틱톡 서비스 금지 및 강제매각을 완전히 중단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법안 폐지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해당 법이 초당적 합의에 의해 통과된 만큼 단기간 내 폐지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차원에서 법 집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여타 사업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 내 빅테크 중 하나가 틱톡을 인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유력한 인수 주체로는 오라클이 거론된다. 오라클은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틱톡 인수에 관심을 가진 바 있으며, 현재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를 통해 틱톡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도 하다. 다만 오라클은 지난 2022년 전자의료기록 기업 서너(Cerner)를 인수하는 데 28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입하는 등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 또한 받고 있다.
또 다른 과거의 ‘틱톡 구혼자’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꼽을 수 있다. MS는 2020년 틱톡 인수전에 등장한 소수의 경쟁자 중 하나였다. 당시 협상에는 월마트도 참여했는데, 월마트는 거래에 대해 MS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틱톡이 오라클 소유 서버에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고 미국 국가 안보 문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획인 ‘프로젝트 텍사스’에서 오라클과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MS와 월마트 모두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현재 MS는 전문가를 위한 SNS인 링크드인(LinkedIn)을 운영하고 있지만, 틱톡과 같은 대중 SNS는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민간 벤처캐피탈 기업 가운데는 오리어리 벤처스(O'Leary Ventures)의 캐나다 회장인 케빈 오리어리가 틱톡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오리어리는 틱톡 인수에 200억~300억 달러(약 28조~42조원)를 지불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틱톡 매각과 관련해 재스민 앤베르그 이마케터 수석 분석가는 “틱톡의 모든 잠재적 구매자는 강력한 자금과 배짱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빅테크들은 틱톡의 탐나는 알고리즘을 손에 넣고 싶어 하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은 독점금지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