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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CPI 0.2% 상승, 전망치보다 둔화 생산자물가도 26개월 연속 하락 대규모 경기 부양책도 역부족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내수 부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가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낸 이후 경기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소비 심리를 되살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떨쳐내기 위해선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11월 CPI 상승률, 전년比 0.2%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0.3%) 상승폭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 6월(0.2%)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자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0.4%)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중국 월간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기준)은 지난해 2월(1.0%) 이후 21개월째 1%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0.8%에서 2월 0.7%로 반등했지만, 3월(0.1%) 이후 11월까지 0%대 초중반에서 머물고 있다. 이 기간 가장 높은 상승률은 지난 8월 기록한 0.6%였다.
공장 출고가로 CPI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PPI)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 떨어지는 등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2.9%)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PPI 낙폭은 올해 3월 -2.8%에서 6~7월 -0.8%까지 축소되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연말로 갈수록 악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디플레이션 해소 위한 강력 부양책 필요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고온 현상에 여행 수요가 감소하면서 CPI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경제 활성화 조치로 인해 PPI 하락폭이 좁아졌고, 부동산 및 인프라 프로젝트 가속화로 시멘트를 비롯한 산업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말부터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경기 개선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함께 집계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1월 51.5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PMI는 50을 상회하면 경기 확장 국면을, 50을 하회하면 경기 위축 국면을 가리킨다. 특히 차이신 PMI는 중국 정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공식 PMI에 비해 민간 중견·중소기업이 주요 조사 대상이라 체감 경기를 잘 나타낸다.
그러나 물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에릭 주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부문이 취약한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물리치기 위해 더 강력한 정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가 은행들, 내년 인민은행 금리 인하 전망
이런 가운데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내년 초 인민은행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 관세 정책 등으로 중국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과감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내년 인민은행이 주요 정책금리를 40bp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의 후이 샨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재정 부양책이 수요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내수 부진과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강력한 성장 역풍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포함해 상당한 완화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쿼리 그룹의 래리 후 중국 경제 책임자도 "중국은 이전보다 더 큰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인민은행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내년 40bp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그는 내년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성장률 0.5%포인트 하락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민은행이 실제로 내년 40bp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된다. 이 경우 중국의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1.50%에서 1.10%로 낮아지게 된다. 이는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규모와 비교해서는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이미 기록적으로 낮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으로 인한 압박에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어느 정도 부담을 진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경기 침체에서 탈피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도 내년 다양한 수단을 통해 경기대응적 조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판 총재는 지난 9월에도 7일물 역레포 금리를 종전 1.70%에서 1.50%로 20bp 낮추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22년 이후 매번 10bp씩만 인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 과감한 조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