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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D램 메모리, ‘박리다매’ 전략으로 시장 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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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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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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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으로 생산시설 확대
인재 영입·기술력 확대에 총력
韓 기업들, 점유율→수익성에 방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중국발 ‘반값 메모리’ 반도체 물량 공세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견제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 반도체업계가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가격을 대폭 낮춰 물량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우리 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 등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 육성 펀드 66조 규모

15일(현지 시각) 중국 경제전문 매체 머니링크에 따르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반도체(JHICC)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 대비 절반 가격으로 DDR(더블데이터레이트)4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대량 공급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기금 규모는 올해 5월 기준 3,440억 위안(약 66조원)에 달한다.

이는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가격을 무기로 해외 판로를 최대한 확보해 놓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에 의하면 2022년 월 5만 장에 불과했던 CXMT의 웨이퍼 생산능력은 올해 중국 베이징의 두 번째 공장이 가동되면서 4분기에 월 21만 장으로 급격히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에는 약 40% 증가한 30만 장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2018년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중국 D램 업체 JHICC도 DDR4를 주력으로 양산하며 생산능력을 월 10만 장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 업체들의 박리다매 전략은 이미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7달러로 전월 대비 17.07% 하락했다. 지난 8월에도 전월보다 2.38% 떨어졌는데, 낙폭이 더 커진 것이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우리 기업들은 레거시 D램 생산을 축소하는 식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생산라인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해외 기업설명회(NDR)에서 “DDR4와 LPDDR4 노출을 줄일 계획”이라며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보다 수익성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기술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자리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증가로 DDR4, LP(저전력)DDR4 등 레거시 제품 시장 내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고성능 DDR5, LPDDR5의 경우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도 인재도 아낌없이 투자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함께 기술력까지 강화하며 선발 주자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은 2016년 설립된 신생 기업 CXMT이다. CXMT는 설립 초반만 해도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반도체 자립을 노리는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단기간에 중국 최대 D램 업체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직원들을 대거 영입해 가기도 했다.

적극적인 인재 영입과 대규모 투자는 기술력 발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CXMT D램은 19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이 91.9%를 차지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17나노 비중이 48.1%까지 확대됐으며, 내년에는 16나노 비중이 35.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D램을 쌓아 만드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에도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의 또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지난해 232단 낸드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의 경우 290단대 낸드를 양산했고, SK하이닉스가 321단 낸드 기술을 선보인 바 있지만, 230단대 낸드는 여전히 선단으로 꼽히는 분야다.

‘초격차’ 기술력 절실

전문가들은 3D D램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메모리,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로 중국과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익성 높은 시장만큼은 중국에 내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기술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앞으로 하이엔드는 한국이, 레거시는 중국이 각각 독식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기술 투자로 차세대 범용 메모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고부가 신제품들을 빠른 속도로 양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능한 인재 확보 또한 주요 과제다. 이는 기술 유출과 직결된 이슈로, 그간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으로 넘어간 우리 인재들이 기술을 이전하는 데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기술 유출 영향이 있고, 이는 인력 유출과도 관련이 있다”고 짚으며 “물질적인 보상을 비롯한 기술자 처우 개선, 자긍심 고양 등 인재를 유지하고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거세지는 추세다.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자국의 반도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은 세제 혜택에만 그치고 있어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급격한 기술 발전과 공급망 재편으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첨단산업 투자는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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