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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SMC 공장 본격 가동, 4나노 수주 두고 깊어지는 삼성전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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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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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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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TSMC에 9.6조원 보조금
관세 리스크 벗어나 가격 경쟁력 확보
AI 산업 수요 증가로 4나노 비중 높아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최첨단 4나노(1나노=10억분의 1) 칩 양산을 시작했다. TSMC는 향후 두 개의 생산시설을 추가 구축해 미국 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TSMC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 중인 삼성전자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평가를 내놨다.

1공장 가동 이어 2·3공장 줄줄이 예정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11일(이하 현지시각) 진행된 인터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노동자들이 대만과 동일한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로 첨단 4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TSMC의 4나노 칩 양산 소식을 전했다. 현재 가장 앞선 파운드리 상용 기술은 3나노 공정으로,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대만과 한국에서 3나노 제품을 양산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독려해 왔다. 이를 위해 2022년에는 527억 달러(약 77조 6,798억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 및 연구 보조금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해당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모든 첨단 반도체 업체들을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도록 설득했고, 지난해 11월 TSMC에 66억 달러(약 9조7,284억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금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TSMC는 지난해 4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기존 250억 달러(약 36조8,500억원)에서 650억 달러(약 95조8,100억원)로 확대했다. 2030년 이전에 애리조나주에 세계에서 가장 첨단인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건설 중인 2공장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며, 3공장의 경우 미세한 공정을 도입하는 만큼 2029년 이후 완공이 유력한 상황이다.

러몬도 장관은 TSMC의 적극적 행보가 미국 정부의 구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3곳의 TSMC 공장에 66억 달러(약 9조6,500억원)의 보조금과 최대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내 4나노 칩 생산은 이전까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큰 성과이자,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강화 노력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수율 제고 노력 물거품 되나

업계에서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가시화한 만큼 삼성전자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과 동시에 관세, 에너지 등 20여 개에 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해당 행정명령에는 미국 외 생산 제품에 10~20%에 달하는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도 포함됐다.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춘 TSMC가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설 경우,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아 삼성전자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와 함께 수율 제고를 위해 기울인 삼성전자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수율을 높여 생산 단가를 낮추고,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고객사에 접촉하겠다는 전략을 취해 왔다. 2023년 초 30% 안팎이던 삼성전자 4나노 수율은 지난해 말 70% 가까이로 향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했다. 지난해 말에는 리벨리온의 인공지능(AI) 가속기 리벨을 턴키(일괄 생산) 수주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를 탑재하고, 이를 AI 가속기에 조립하는 것까지 모두 삼성전자가 맡는다. 리벨리온은 웨이퍼 3만 장 상당의 샘플을 요청한 상태이며, 본격 양산은 2026년 개시된다. 현재 확정된 주문량은 2026년 6만 장, 2027년 12만 장, 2028년 17만 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의하면 지난해 1분기 기준 4·5나노 선단 파운드리 공정 매출 비중은 26%에 달한다. 이는 6·7나노(12%), 22·28나노(8%), 12·14·16나노(7%), 3나노(6%)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AI 산업 수요가 늘면서 4·5나노 비중 또한 급증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의 설명이다. TSMC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의 한숨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테일러 공장 양산 시점 2024년→2026년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하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완공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2022년 착공한 해당 공장은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한 1등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지 중 하나다.

하지만 2023년 말 기준 삼성전자 테일러 1공장의 공사 진행률은 59.7%에 그쳤다. 애초 지난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공사 원자재비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인해 완공 시점이 계속 연기된 탓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테일러 1공장의 양산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고 선언했다.

이후 9월에는 ‘대규모 인력 철수’라는 결정까지 내렸다. 2년여에 걸쳐 현장에 파견된 직원 가운데 과반수가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수주계약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테일러 공장을 최소 인력으로만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에서 테일러로 파견된 직원들이) 실질적 장비 셋업 없이 2년 넘게 시뮬레이션만 돌리고 있었다”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파운드리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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