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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생 석사 학위자, ‘스타트업 생태계’ 공헌 ‘압도적’ 미국인들에게 ‘창업가 정신’ 불어넣기도 비자 제한 및 영주권 정책 재고할 필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년간 매년 30만여 명의 해외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해 비자를 취득했다. 학업을 마치고 미국에 남는 인원은 극소수지만, 이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불균형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들은 어떻게 미국 땅에서 신규 회사를 설립해 성공하며, 이들이 미국 경제의 혁신과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미국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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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미국 경제 기여 ‘역사적’
미국 경제에 끼친 이민자들의 영향력은 역사적으로 이어져 왔다. 19세기 독일계 이민자에 의해 설립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 Co.)를 필두로 구글, 아마존, 우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 기업이 이민자 또는 후손들에 의해 설립됐다. 어디서든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기술 발전과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을 견인한다.
신규 기업들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연구 결과로도 증명된다. 스타트업들은 고숙련 기술 인력들을 끌어당기고 기존 기업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포춘(Fortune)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설립한 창업가들 중 절반 이상이 미국 대학원 학위를 갖고 있어 미국 경제의 혁신에 대학이 기여하는 비중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학교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이들은 글로벌 순위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한다. 학문적 우수성에 대한 명성이 과학, 기술, 비즈니스 분야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재능 있는 학생들을 끌어모은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30만여 명의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원에 등록했고 다수가 학위 취득 후 최소 수년간 미국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스타트업 중심 기업 정보 제공 기업)상의 정보를 통합 고등교육 데이터 시스템(Integrated Postsecondary Education Data System, IPEDS)의 진학 통계와 연결한 최근 연구는 이들 해외 유학생과 미국 내 스타트업 설립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유학생 석사 학위 취득자,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불균형적’ 기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외 유학생 석사 학위 취득자 10,000명이 배출될 때마다 61개의 신규 스타트업이 5년 안에 설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학생들의 평균 스타트업 설립 비율을 넘어서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파급효과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숫자만이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영양가가 높다. 1만 명의 해외 석사 취득자마다 38개의 스타트업들이 초기 자금 조달 과정에서 2,500만 달러(약 364억원) 이상을 투자받고 8개는 창업 3년 안에 특허를 신청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크런치베이스가 성공적인 스타트업 위주로 통계를 낸다는 점을 감안해도 해외 유학생들의 경제적 기여가 상당하다고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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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년 내 스타트업 설립 수, 동일 주 내 스타트업 설립 수, 3년 내 2,500만 달러 투자 유치 기업 수, 3년 내 특허 신청 기업 수(좌측부터)/출처=CEPR
STEM 및 경영대학원 졸업자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주도
이러한 직접적인 기여 외에도 유학생 졸업자들은 미국 졸업자 동료들에게 창업가 정신을 불어넣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유학생 증가 영향으로 설립되는 신규 스타트업들 중 30~45%는 미국인들이 창업자 또는 공동 창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들 덕분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글로벌 네트워크, 창업가 정신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모든 미국 대학교가 동일하게 스타트업 형성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R1(분류 체계상 매우 높은 리서치 활동을 하는 대학원), R2(높은 리서치 활동)로 분류되는 리서치 중심 대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한 졸업자들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자연과학, 생물 및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비즈니스 학위 취득자들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97%의 스타트업들이 창업자가 졸업한 대학교가 위치한 주에서 운영된다는 것이다. 최상위권 대학들은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을 지역 경제에 잔류시켜 혁신과 고용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제한적 비자 정책이 ‘두뇌 유출’ 초래
이러한 입증된 기여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소수의 졸업자만이 미국에 잔류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20% 정도의 유학생만이 최소 2년 이상 미국에 머물며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큰 이유가 제한적인 비자 정책에 있었다. 대다수는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우호적인 이민법을 가진 캐나다, 호주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두뇌 유출은 해외 유학생들이 발휘할 수 있는 창업에서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미국으로서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H-1 비자(외국인 근로자의 특수 직종 일시적 근무를 허용하는 비이민 비자) 상한 및 영주권 취득 제한 등의 정책이 유능한 인재들이 미국에 머물며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해외 유학생들의 긍정적 기여를 생각할 때 정책 결정자들과 대학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등록금과 전형료 등의 비용을 낮춰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면 더 많은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 또 외국 출신 창업가들에게 보조금 및 자금 조달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보다 활발한 스타트업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졸업자들에게 선택적 실습 교육(Optional Practical Training, OPT, 유학생들이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기회와 창업 비자 발급을 확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포함한 비재정적 지원도 힘이 될 수 있다. 모두 미국이 보유한 혁신과 창업에서의 선두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원문의 저자는 미셸 바인(Michel Beine) 룩셈부르크 대학교(University Of Luxembourg)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ternational graduate students and US startup cre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