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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과 ‘나쁜 손’ 사이, 엔비디아 최신형 GPU 쓸어 담은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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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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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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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X 50 출시 한 달, 가격 거품 여전
AI 가속기 대용으로 업계 이목 집중
시리즈마다 매진 행렬, 상습적 사재기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카드 ‘RTX 50’ 시리즈가 출시 이후 한 달이 훌쩍 지났음에도 품귀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는 해당 모델의 공급량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가뜩이나 부족한 물량을 중국에서 되팔려는 일부 비양심 소비자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 또한 거세지는 모습이다.

미국 판매가보다 2배가량 높아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RTX 50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 RTX 5090은 국내 주요 쇼핑몰에서 일제히 매진돼 구매할 수 없는 상태다. RTX 5080 모델의 경우 일부 물량이 남아있지만, 적게는 220만원에서 많게는 280만원 이상 높은 가격대에 팔리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가 RTX 5080의 레퍼런스(표준 모델) 제품 출고 가격을 999달러(약 144만원)로 책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통 과정에서 많게는 2배가량 가격이 뛴 셈이다.

이 같은 품귀현상의 원인으로는 게임용 GPU 공급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그래픽카드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GPU 생산을 대만 TSMC의 4나노(㎚·1㎚=10억분의 1m) 공정에 맡기고 있는데, TSMC의 생산 스케줄이 꽉 찬 탓이다. 애플,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TSMC의 최첨단 공정에 핵심 칩 생산을 맡긴 데다, 엔비디아 역시 확보한 생산시설을 그래픽카드보다 훨씬 고가의 인공지능(AI) 가속기용 GPU 생산에 우선 배정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국내 유통상이 물량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달 초 한 온라인 쇼핑몰은 RTX 5090(마스터 모델)의 가격으로 859만9,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해당 모델의 미국 판매가 2,749달러(약 400만원)보다 약 115% 높은 수준이자, 불과 이틀 전 국내 유통가격(2월 28일·729만원)과 비교해도 130만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심지어 일부 유통업체는 RTX 50 시리즈 단품을 판매하지 않고, 완성형 PC 본체나 다른 재고 상품과 함께 ‘끼워팔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 수요 급증에 산업용 GPU 생산에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GPU 칩 생산을 줄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공급 안정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美 수출 제한에 우회 구입

이런 가운데 그래픽카드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규제로 GPU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그래픽카드를 사재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GPU는 AI 가속기용 GPU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기본적인 AI 학습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국내 AI 연구·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짙어지는 양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이 각국에 풀리는 GPU 물량을 사들이면서 일반 소비자의 구매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한국의 연구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웅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 역시 “중국 기업들이 수천 개씩 사들이는 상황에서 국내 학교는 몇 개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한다”며 “최근 혁신적인 연구 대부분이 학계가 아닌 업계에서 나온 이유”라고 꼬집었다.

중국 업체의 손에 들어간 GPU 가운데 일부는 훨씬 높은 가격표를 달고 다시 시장에 풀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 중국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들 판매 게시물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제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중국 수입 제한 품목이라 직접 휴대해 반입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내 엔비디아 GPU 수요는 모두 개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싱가포르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구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는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中 업자들, 두둑한 현금 가방 들고 아시아 순회

엔비디아의 직전 주력 모델 RTX 40 시리즈 또한 아시아 전역에서 품귀 현상을 빚은 바 있다. 이는 중국의 우회 구입설에 힘을 싣는 요소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의하면 대만 최대 전자제품 판매 시장 광화상장의 소매 업체들은 2023년 출시된 RTX 4090을 전체 게임 시스템의 일부로만 판매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 시스템은 최소 4,500달러(약 660만원)를 웃도는 높은 금액에도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한 업체는 20대가 넘는 PC를 단 한 명의 구매자가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닛케이는 광화상장의 한 상인을 인용해 “그들(중국인)은 미국의 제한 조치에 직면한 지역에서 훨씬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을 돌며 현금으로 가득 찬 가방을 연다”며 “길게는 몇 주씩 걸리는 대기 시간에도 막대한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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