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중국 브랜드가 장악한 러시아 자동차 시장, 현대차 ‘복귀’ 시동 걸까
Picture

Member for

4 months 2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현대차, 2023년 러 공장 헐값 매각
바이백 옵션으로 2년 내 재매입 가능
서방 제재 틈타 중국車 러 시장서 약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공장 전경/사진=현대차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자동차 분야에선 한국 완성차 업체가 가장 먼저 러시아 시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러시아 내부에서 나왔다. 러시아가 미국과 종전 협상에 나서면서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에선 특히 한국 자동차의 시장 복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러시아 시장을 잠식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은 남아 있다.

러 전문가 "美가 모든 제재 해제하면 韓도 즉시 거래 허용할 것"

4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전문지 자룰룜(Za Ruleum)의 막심 카다코프(Maxim Kadakov) 편집장은 “미국이 모든 제재를 갑자기 해제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은 즉시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들어올 것”이라며 “제재가 해제되고 긍정적인 신호가 오면, 현대차와 기아는 6개월이나 그보다 일찍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러시아에서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된 뒤 글로벌 기업들의 철수가 줄줄이 이어진 바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미국, 유럽, 일본 업체에 이어 2023년 12월 현대차가 공장 등을 매각하며 철수했다. 당시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자산을 현지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1만 루블(당시 약 14만원)에 팔았지만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Buy Back) 조건을 걸었다. 공장을 재매입하려면 이 옵션을 올해 12월 안에 행사해야 한다.

현대차의 러시아 현지 전략 차종 쏠라리스/사진=현대차

현대차 떠난 러시아 시장, 중국 차 브랜드가 잠식

다만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 전 기아와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외국 자동차 1·2위에 오르는 등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현지 전략 차종인 ‘쏠라리스’를 개발하며 시장 공략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2021년 8월에는 양사가 합산 점유율 27.5%를 기록,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빈자리를 중국차 브랜드들이 메우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기관 오토스탯(아브토스타트)에 따르면 하발, 체리자동차, 지리자동차, 장안자동차, 오모다, 엑시드, 제투어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지난해 러시아 시장 점유율 2~8위를 휩쓸었다. 10위 역시 중국의 탱크로, '톱10' 가운데 9개가 중국차 브랜드다. 더군다나 러시아 소비자들은 중국차의 저렴한 가격에 더해 품질에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국민 브랜드인 라다(Lada)마저 중국 기업에 밀릴 정도다. 이외 30여 개의 중국차 브랜드가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휩쓰는데, 판매되는 2대 가운데 1대가 중국산이다.

보다 못한 러시아 정부가 자국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선언했지만, 전쟁에 신경 쓰는 사이 밀려드는 중국차를 막아낼 겨를이 없다. 현재 체리자동차의 경우 서방 기업이 떠난 러시아의 공장을 활용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전쟁 이전 폭스바겐이 운영했던 칼루가 지역 공장은 2년간 가동이 중단됐다가, 최근 체리자동차가 이곳에서 차량 생산을 시작했다. 앞서 폭스바겐과 벤츠, 닛산은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금융 결제나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고 러시아 현지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그해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이 공장들을 러시아 정부와 현지 기업이 인수했고, 체리자동차가 이를 임대해 차량을 조립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유럽 車 점유율 '18.2%' 껑충

러시아 시장 재진입이 망설여지기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당장 유럽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차 브랜드들과의 경쟁만도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자토다이내믹스가 지난해 상반기 유럽 28개국의 신차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18.2%로, 전년 동기 대비 5.1%포인트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모두 포함한 중국산 자동차의 유럽 판매량은 29만 대로, 현지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한 4.2%로 집계됐다.

중국산 전기차 호조를 바탕으로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상반기 유럽 자동차 판매 대수는 68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볼보와 폴스타, 로터스 모회사인 중국 지리그룹은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52% 늘리며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르노그룹을 앞질렀고, 2023년 유럽에 본격 진출한 BYD 역시 전년 동기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1만7,000대의 전기차를 등록하며 선전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급성장 중인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EU 전역에서 통합적인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재 EU 회원국들 간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조건이 크게 달라 통합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회원국의 경우 보조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아 시장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가장 큰 과제는 보조금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로 흘러가지 않도록 설계하는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자국 및 역내 기업에만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통상 분쟁을 피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유럽 자동차업계에 추가적인 도전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4 months 2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