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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료주의 타파 전엔 경제 성장 힘들어” 학계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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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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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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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정당화 급급한 실태 지적
지식인, 관료제 타파보다 진입에 열중
국방 등 혁신 방해 주범으로 지목

중국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형식주의가 경제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많은 정부 관리자가 피상적인 업무에만 집중하느라 실질적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관료주의의 폐해는 경제는 물론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관자 역할에 만족하는 관리 대부분”

4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샹웨이 홍콩 침례대학교 저널리즘 교수를 인용해 “중국의 관료주의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됐다”며 “지나치게 비대해진 관료주의를 없애고, 민간기업에 대한 중국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왕 교수는 과거 SCMP 편집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왕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중국의 관료주의 타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미국 연방 관료주의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 관리들은 방관자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며 “오늘날 중국에는 자신의 직무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저 ‘시늉’만 하는 관료들이 너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CMP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주장을 전개한 바 있다. 당시 매체는 루드원 우한대학교 사회학 교수의 말을 빌려 “중국 경제 회복세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는 가운데 하급 정부 관리들이 실질적인 문제에 대응하기보다 상급 당국에 보고를 더 우선시하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성과보다 피상적인 것에 집중하는 가운데 사회적인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 주요 싱크탱크 또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펑펑 광둥사회개혁 회장은 “최근 당국자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책임을 꺼리면서 유형의 성과를 내는 데도 소홀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에 몸담은 이들은 이념적 올바름을 맹목적으로 고수하기보다는 성과 평가에서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양회 이후 정책 변화가 없다면 향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로 꼽히는 양회는 매년 3월 초 개최돼 약 일주일에 걸쳐 진행된다. 중국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주요 경제 목표와 정책 우선순위를 논의·발표한다.

뿌리 깊은 ‘관료제의 천국’

중국의 비대한 관료주의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역사가 존 킹 페어뱅크는 청나라 말기 중국을 가리켜 “관료제의 천국”이라고 표현했으며, 헝가리 출신 중국학 연구자 에티엔 발라스 또한 중국을 “영원한 관료제 사회”로 정의했을 정도다. 중국 내 지식인들 또한 이 같은 관료제의 최상부에 진입하기 위해 팔고문(八股文) 익히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정작 경제 성장의 큰 축인 상인은 개인적 이익 혹은 국가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거나 쥐어짜야 할 대상으로만 존재해 왔다. 상업 활동은 언제나 관료의 감독과 징세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관료제의 특권을 위협할 만큼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것 또한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관료들은 상호 보호 관계와 혈연관계를 맺으면서 사실상 세습적인 관료귀족제를 구축하기에 바빴다.

서구 학자들은 이 같은 악습이 오늘날로 이어져 중국의 자본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중화 문명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변화를 거부한 채 관료제의 끈을 붙잡고 있으며, 상인들은 뚜렷한 지위를 확립하지 못한 채 생산자 또는 유통자에 만족하고 있단 지적이다. 페어뱅크는 이를 두고 “중국 상인들에게 성공은 보다 나은 쥐덫을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쥐덫 판매 독점권을 얻는 것을 말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 끝끝내 못 버린 관료주의

문제는 뿌리 깊은 관료주의가 경제 성장은 물론 기술 발전, 민간 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최고 지도자에 오른 이후 줄곧 인민해방군(PLA)의 전투력을 향상하기 위해 힘써 왔다. 하지만 정치적 혹은 경제적 문제로 여전히 혁신성이 떨어지고 진전은 느리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국공내전이 끝난 1949년 이래 중국은 독특한 특성을 가진 대규모 방위 산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비 부품에서 조립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각 방위 산업 부문에서 효율성과 자율성을 모두 제거하고, 국가의 명령과 지원으로만 전개되는 구조다. 군사 연구 또한 민군통합 없이 임무 지향적인 부분에 갇혔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진했다. 이에 중국은 국방 분야에 기업 방식을 도입해 기술 수준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41개 연구 기관을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와 개발에 필요한 투자 자금을 스스로 경쟁을 통해 확보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과감한 조치에도 ‘중국 남부산업그룹공사’를 제외한 40개 기관은 기업 전환에 끝내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패의 배경에 공산당 특유의 관료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겉으로는 기업화 전환을 촉구하면서도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 과학 기술의 특성상 보안이 중요한데, 자칫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실무진은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해 전환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단지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관료들 사이에선 혁신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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