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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복 시장 4.2조원→3.4조원 추산 러닝 등 추가 비용 없는 취미 각광 비용 부담에 가성비 브랜드 부상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성장을 기록한 국내 골프웨어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시장 성장을 부추겼던 2·30대 청년층 소비자들이 골프에 흥미를 잃고 시장을 이탈하자, 대부분 브랜드가 실적 악화에 직면한 모습이다. 고물가로 소비 심리까지 얼어붙으며 올해도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 특수 끝나자 인기도 시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골프웨어 유통업체 크리스에프앤씨의 지난해 매출액은 3,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가량 감소한 121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파리게이츠, 핑 등 해외 유명 골프웨어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입지를 넓혀 왔으나, 2023년을 기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도 상황이 비슷하다. 왁, 잭니클라우스, 엘로드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코오롱FnC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1조2,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또한 64% 줄어든 164억원에 그쳤다. 급격한 매출 감소에 코오롱FnC는 일부 사업을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엘로드는 골프 클럽 전문 브랜드로 전환하고, 잭니클라우스는 사업 운영권을 제삼자에게 양도하는 서브 라이선스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골프웨어 시장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하락세는 더 두드러진다. 2022년 4조2,500억원에 달했던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2023년 3조7,500억원으로 약 12%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3조4,5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2021~2022년 연평균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되는 성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XG, 타이틀리스트 등 상위권 브랜드들도 매출 하락이 뚜렷하다”며 “취미로 골프를 접했던 소비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시장에는 진성 골퍼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만 남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대거 이탈, 앞날엔 먹구름
골프는 팬데믹 당시 감염성이 낮은 야외 활동으로 주목받으면서 20~30대 젊은 골퍼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하지만 골프장 이용료와 캐디피 등 각종 비용이 치솟으면서 이용객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취미 트렌드가 런닝과 게임 등 추가적 비용이 필요 없는 방향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골프 산업의 먹구름은 한층 짙어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올해에도 철수를 결정하는 브랜드가 속출할 수 있다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경기 상황이 더 악화하며 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프로 선수들조차 의류 협찬에 난항을 겪으면서 부정적 전망에 힘을 보탰다. 브랜드 자체가 줄어든 데다, 경기 침체 우려로 후원 규모를 대폭 줄이는 브랜드가 늘고 있어서다.
앞서 언급한 크리스에프앤씨는 새 시즌을 맞아 선수 후원 규모를 35%가량 줄였다. 후원 선수 자격을 정규투어(1부)로 제한했고, 여자 선수의 경우 브랜드별 대표 선수 2~3명만 후원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즌 시작이 코앞인데 아직 후원 브랜드를 찾지 못한 중하위권 선수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골프 산업이 장기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젊은 층을 겨냥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젊은 세대의 유입이 끊기면서 골프 산업이 일찌감치 쇠퇴의 길을 걸었다”며 “단순히 비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를 결합한 체험형 골프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성비 좇는 골퍼들, 대여도 방법
많은 소비자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시장을 빠져나가면서 남은 골퍼들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기준으로 골프웨어를 선택하는 추세다. 스포츠 레깅스로 인기를 끈 젝시믹스와 안다르가 골프웨어 라인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 제품은 낮게는 5만원대에서 최대 20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시장에서는 젝시믹스와 안다르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1,9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 기간 젝시믹스 골프의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58% 이상 증가했다. 안다르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역시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1,7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골퍼 사이에선 높은 가격대의 골프웨어를 구매하는 대신 대여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겨울 의류 기준 한 벌당 10만원 이내의 가격으로 골프웨어를 빌리는 방식이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그린피 부담을 호소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1년에 많아야 4~5번 필드에 나가기 때문에 비싼 골프웨어를 구매하는 데 부담을 크게 느낀다”며 “유행하는 브랜드나 디자인이 빨리 바뀌는 만큼 대여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