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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일본보다 더 어렵다” 중국 경제에 번지는 ‘D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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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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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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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경고등 커진 중국 경제
2월 CPI, 13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
中 경제, 日 ‘잃어버린 30년’보다 끔찍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7% 하락해 13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잇따른 내수 진작 정책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철강·전기차·배터리·유통 등 글로벌 주요 산업에도 악재다. 내수 소비가 죽은 중국이 재고를 헐값에 해외로 밀어내면서, 중국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들의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中 2월 CPI 0.7% 하락, 내수 부양책 무소용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7% 하락해 지난 1월(전월 대비 +0.5%)보다 악화됐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0.4%보다 더 큰 하락폭이다. 중국의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8월 0.6%을 기록한 뒤 9월 0.4%, 10월 0.3%, 11월 0.2%, 12월 0.1%로 둔화했지만, 경제 전반의 활력이 사라지면서 13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CP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하며 29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전월(-2.3%)보다는 낙폭이 줄었으나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2.1%)보다는 떨어졌다. 생산자물가가 하락했다는 건 그만큼 공장 출고 가격 자체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PPI는 지난해 6~7월 -0.8%로 하락폭이 축소됐으나 8월 -1.8%, 1월 -2.3%를 기록하며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소비 진작을 위해 다양한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다. 헌 제품을 새것으로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을 비롯해 가전제품을 사면 국가보조금 주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수요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CPI는 2023년(0.2%)에 이어 0.2% 상승에 그쳤다. 한국, 미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물가 끌어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심각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물가가 낮아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희소식이지만 경제학계에서 디플레이션은 '최악의 현상'이라 불린다. 인플레이션은 통화 정책을 통해 해결해 볼 수 있으나, 디플레이션은 정책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물건 사기를 꺼리게 된다. 물건 값이 더 싸지길 기다리자는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게 되는데 생산이 줄면 고용이 감소하고, 고용이 감소하면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디플레이션의 늪'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만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여 대응할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의 경우 기준금리를 최저선인 0%로 내려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중앙은행이 시중 자금 공급을 확대해도 실물 부문에 돈이 풀리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만성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세계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의 위기가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경제 성장에는 인프라 투자, 부동산, 수출이라는 세 가지 전통적인 엔진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이 엔진들 중 두 개가 크게 정체된 상태다. 글로벌 싱크탱크 GIS에 따르면 인프라 투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4%, 부동산은 20%를 차지한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들의 잇따른 채권 이자 미지급 사태는 중국 경제의 위기 상황이 시장을 통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경제는 2023년 12월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된 뒤 가파른 반등(리오프닝 효과)이 기대됐지만, 아직도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수출 부진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첫 두 달간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 증가해 5,399억4,000만 달러(약 787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0.7% 증가에서 급감한 것이다. 작년 같은 기간 7.1%와 비교해도 한참 낮으며,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 각각 5%와 5.9% 증가보다도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전략 전문가인 애덤 포즌(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의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의 경제 기적이 마무리돼 미-중 대결의 승패가 판가름 났다"고 평가했다.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했던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도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중국은 제2의 일본이 될 가능성이 없다. 아마 더 나쁠 것"이라는 경고를 던졌다.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 수출하는 중국

더 큰 문제는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담당해 온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의 위기와도 같다는 데 있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한 ‘1차 차이나 쇼크’ 당시, 중국산 저가 생산품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을 누르는 역할을 하며 전례 없는 장기 호황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면에는 각국의 제조업 기반 붕괴가 이어져 산업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당면한 ‘2차 차이나 쇼크’는 장기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저가 제품이 대량 수입되면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해당 국가의 산업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장은 값싼 제품을 소비하는 장점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쟁에서 밀린 자국 산업이 붕괴함으로써 고용 및 소비 감소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현시점 중국의 저가 철강, 석유화학 제품은 동남아 시장 질서를 망가뜨린 데 이어 중남미까지 퍼졌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초저가 중국 소비재도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전역에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수요가 둔화한 전기차, 배터리도 가격을 재차 내리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도 중국의 디플레이션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국채 수익률을 밑돌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장기 성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 선진국을 넘어 개발도상국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1990년대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세계 경제에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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