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캐나다 지역·품목 오가며 관세 압박하는 트럼프, 국경 주민들 불안·반미 감정 고조
Picture

Member for

4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대미 수출 전기 할증료 25% 부과
트럼프 보복 관세 발언에 잠정 중단
캐나다 공분 산 ‘광역 관세 압박’

관세에서 촉발한 북미 무역 갈등이 에너지 부문까지 확산하면서 미국 동북부 주민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위기에 놓였다.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격화한 이번 갈등은 결정적 순간 양국이 한 발짝씩 물러나며 일단락됐지만, 국경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 동북부 150만 가구·기업 ‘전기료 폭탄’ 우려

11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전날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25%의 할증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서는 그간 수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잉여 전기를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 미국 동북부 미네소타·미시간·뉴욕주 일대 150만 가구와 기업이 주요 소비자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에 대응한 보복 조치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미국 경제에도 재앙”이라며 “관세로 인해 미국의 가계와 기업의 비용이 더 비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세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갈등을 고조시킬 경우, 할증료를 더 높이거나 전력 공급을 아예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에 의하면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미국 도시 중 버팔로와 오그덴스버그가 뉴욕주에 위치해 있으며, 로체스터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버팔로는 1,170만 메가와트시(MWh), 오그덴스버그는 602만 MWh의 전기를 캐나다로부터 수입했다. 전기료 할증에 따른 비용 상승은 하루 40만 캐나다 달러(약 4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셉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일 년 중 비교적 추운 시기인 데다 뉴욕 북부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지역 차원에서 가격 영향이 잠재적으로 상당할 수 있다”며 “아무런 예고 없이 전기가 끊기면, 가격은 물론 주민들의 일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미국행 전기에 25%의 할증료를 부과한 것을 근거로, 나는 상무장관에게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2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로써 (관세는) 총 50%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결국 포그 주지사는 전날 발언을 거둬들였다. 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미국에 대한 전기 할증료 부과를 잠정 중단하는 데 동의했으며, 이른 시일 내 워싱턴을 방문해 협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포드 주지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로 갈등의 씨앗을 남겨뒀다.

유제품 관세에 자동차 관세로 보복?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캐나다산 목재와 유제품으로 옮겨 갔다. 그는 “캐나다는 오랫동안 우리를 착취해 왔다”면서 “특히 목재와 유제품에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지속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산 유제품에 최대 250%의 관세를 부과하며 목재에도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발언도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유제품 분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캐나다는 자국의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유제품, 특히 우유에 최대 241%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관세는 일정량을 초과한 물량에만 적용되는 차등 관세로, 미국의 유제품 수출량이 정해진 물량을 초과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그럼에도 미국 낙농업계는 지속적으로 캐나다의 고율 관세 정책에 불만을 토로해 왔다.

계속된 이의 제기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관련 무역 분쟁 패널은 캐나다의 유제품 관세가 협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검토에 들어갔고, 2023년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CNN 등 현지 매체들은 “유제품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주요 수출품이 아니다”라면서 “241%의 높은 관세가 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 그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전기 할증료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동안 “캐나다가 농산물과 유제품 등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도 인상할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캐나다 자동차 제조업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세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품목과 지역을 바꿔가며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 사회 각계 반미 목소리 이어져

이렇다 보니 캐나다 국민들의 반(反)미 감정도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는 많은 관중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 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양국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농구(NBA) 등 다수의 스포츠 리그를 공유한다. 지난달 초 열린 토론토 랩터스와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NBA 경기에서 관중들은 개막에 앞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내내 야유를 보냈다. 비슷한 시기 오타와와 캘거리에서 열린 NHL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캐나다 국적 선수들도 관중과 뜻을 함께했다. 랩터스 소속 크리스 부셰는 경기 직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가진 인터뷰에서 ‘관중들의 반응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는가’라는 캐스터의 질문에 “이렇게 관세를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느냐”며 관객들에 동조한다는 뉘앙스를 표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경기 중에 관중의 야유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야유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현지인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Picture

Member for

4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