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함 인도 1∼3년 늦고 건조 비용도 급증
中 보유 함정 370척, 美 295척 크게 앞질러
中 견제하려면 동맹 통해 해군 규모 키워야

미국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조선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부족한 함정 건조 역량을 보완하고 전력을 신속히 해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우수한 성능의 함정을 경제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어, 미 해군의 협력 확대 움직임이 향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美 조선업, 냉전 이후 투자 소홀히 하면서 쇠퇴

11일(현지 시각) 브렛 사이들 미 해군 연구·개발·획득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 해군력 소위원회 공청회에서 "미국 조선업은 전투력을 항구적·지속적으로 증강하는 데 필요한 속도로 선박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조선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높고 안전하며 최첨단 군함을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다"면서도 "함정 인도가 대략 1∼3년은 늦어지고 비용은 전반적인 물가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미 해군은 군함 355척을 운용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23년에는 미래 전장 수요에 대응하려면 무인정을 제외하고 381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올해 3월 기준 295척만 운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미 국방부가 발간한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이 370척이 넘는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갖췄으며 그 규모는 2025년 395척, 2030년 435척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해군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냉전 이후 조선업 투자를 소홀히 해 온 데다 정부의 보호와 예산에 의존해온 미국 조선업체들은 이미 오래전에 경쟁력을 상실해 함정 건조·수리 역량이 크게 퇴보한 상태다. 이에 의회조사국(CRS)의 해군 전문가인 로널드 오로크는 이날 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처럼 노동 투입량을 줄이는 선박 설계를 개발하는 등 생산성 향상 관행과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해군 함정이나 함정의 일부를 일본과 한국, 유럽 동맹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도 있지만 미국 법이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기술의 유출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679절(10 U.S.C. 8679)은 대통령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한 외국 조선소에서 군함 건조를 금지하고 있으며, 의회가 매년 처리하는 국방부 세출법안에도 외국 조선소에서 군함을 건조하는 데 예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CSIS "선박 건조 부문 프렌드쇼어링 추진해야"

이런 가운데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도 이날 발간한 '선박전쟁(Ship Wars)'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의 민·군 융합 전략에 맞서 중국 조선업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을 입항시키는 해운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미국의 주요 화물을 중국산 선박에 운송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CSIS는 “미국 조선업에 장기간 투자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과 일본 같은 핵심 국가들이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도록 장려하고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SIS 연구진은 “미국 조선업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투자 공조와 정책적 인센티브를 통해 일본, 한국, 유럽의 선박 건조 역량을 강화하는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과 자본이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기여하는 중국 조선소와의 거래를 끊게 하고, 미국의 유사 입장국들이 비슷한 조치를 하도록 정부가 외교력을 투입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CSIS는 지난해 6월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중국이 빠르게 해군을 증강하는 가운데 미국의 해군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일본, 한국 같은 동맹이 중국의 수적 우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선박 건조 역량을 확대하기는 힘들지만, 2023년 세계 선박 건조의 26%와 14%를 각각 차지한 한국, 일본과 협력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미군과 동맹군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게 어렵고,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싸울지도 통제 밖의 문제니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 해군 규모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7년 中 대만 침공 대비해 프로젝트 33 가동

미국이 당장 해군력 증강을 위해 우방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데는 양안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미 해군은 중국의 대만 침공 및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새로운 작전 지침을 담은 '2024년 항해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2022년 7월 작전 지침을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이 계획은 오는 2027년까지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해군의 장기적 우위를 강화하는 2가지 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계획에서 미 해군은 현재의 안보 환경을 진단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주목했다. 해당 계획을 발표한 미 해군 참모총장인 리사 프란체티 제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군에 2027년까지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만큼 미국은 우리는 더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중국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간 미군 수뇌부는 수시로 언급하며 안보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시켜 왔다.

이날 프란체티 제독은 중국의 해군력 확대를 대응하기 위한 미 해군의 현대화와 해양 안보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33'도 공개했다. 프로젝트 33은 신속한 군함 건조와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 계획으로 한국의 조선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상업용 선박 건조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군함 건조 분야에서도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정조대왕급 구축함이 미국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이 함정들은 저렴한 비용에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미사일 방어 능력과 스텔스 기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