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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던 면세업계, 1월 매출 반토막 “불황 출구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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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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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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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용객 역대 최다인데 면세점은 적자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감소 영향
올리브영·다이소 '성장', 면세점은 '울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업계가 올해 들어서도 매출이 반토막 나며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고환율과 중국 경기침체로 인해 면세점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면세업계는 올해도 시작과 함께 매출까지 급락하며 험난한 한해를 예고하고 있다.

1월 면세점 매출, 1조원 아래로 추락

1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9,54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직전 달과 비교하면 24%가 줄었다. 면세점의 월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주요 거래 수단인 달러 환산 시 지난해 면세 매출액도 104억4,500만 달러(약 15조원)로 전년도보다 0.7% 줄었다.

반면 지난 1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228만8,160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5%,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5.1% 증가했다. 특히 작년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인천공항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과 공항 면세점 매출이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019년 2조7,958억원에 달했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작년 2조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 출국자 수는 정상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다이궁 막자 매출 '급감'

업계에서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 감소가 매출 급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이었던 다이궁과의 거래를 지난 1월부로 중단했고 다른 면세업체도 수수료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이궁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여가는 상황이다.

면세점이 다이궁 거래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다이궁이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시작된 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들은 다이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면세점들은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율을 인상하는 한편, 높은 할인율을 제시하고 현금 환급 등의 혜택도 제공해야 했다. 경쟁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과 할인율을 제시해야 하다 보니 면세점 간 경쟁이 극심해졌다.

이는 결국 면세점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면세업계의 송객수수료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22년 롯데면세점은 1,39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같은 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98.3%, 83.8%나 감소했다. 그러나 다이궁이 빠진 매출 공백을 메울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면세업계는 전략적으로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으나 아직 매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고객 1인당 구매액이 41만7,100원으로 지난해 1월(70만5,743원)에 비해 40.9% 감소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손실에 매출과 구매자 감소까지 더해져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신라면세점/사진=호텔신라

지갑 얇아진 중국인들, 소비 트렌드 변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면세점을 둘러싼 환경이 변한 것도 매출 하락에 일조했다. 산업연구원 김숙경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인 보따리상이 감소했지만 면세점 매출 부진이 보따리상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외국인들의 쇼핑 관광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고 체험형 관광에 대한 선호가 증가해 면세점보다 저가·실속형 쇼핑 장소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을 찾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특히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 여행객들은 자국 경기침체로 지갑을 닫았다. 이들은 면세점 대신 다양한 현지 제품을 접할 수 있고 접근이 쉬운 올리브영‧다이소 같은 로드숍을 주로 찾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 유통산업 백서’를 통해 “면세점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럭셔리 제품 중심의 상품 구성이라면 한국의 헬스&뷰티(H&B) 전문점은 한국적인 것들, 이른바 K-콘텐츠를 한군데서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채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고환율 파고까지 덮치면서 면세업계의 어려움은 배가 됐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며 면세점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 엔화 약세까지 겹쳐 국내 면세점 대신 일본에서 쇼핑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매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기업들은 지금의 임차료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지난 2023년 임차료 산출 방식을 바꿨다. 고정 임차료를 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공항 이용객과 면세점 매출이 정비례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방식이지만, 쇼핑 트렌드가 확 바뀌면서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신라와 신세계는 작년 매출의 39%에 달하는 5,051억원을 임차료로 내야만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손실을 감수하며 영업을 지속하기보다 계약기간을 남겨놓고 철수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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