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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봐라" 컴퓨터공학과 외면하는 韓 인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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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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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국내 컴퓨터공학과의 위상
AI 발전, 채용 축소, 교육 질 저하 등이 원인
美·中에서는 여전히 '인기 만점'

최근 국내 대학 입시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한 입지 축소 △IT업계 채용 감소 △교육의 질 악화 등 악재가 누적되며 인재들이 줄줄이 관련 분야에서 이탈하는 양상이다. 반면 중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여전히 관련 분야 인재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컴퓨터공학과 인기 식어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국내 대학 컴퓨터공학과 수시 지원자는 전년 대비 2,229명 감소한 2만7,266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경쟁률은 19.3 대 1로 전년 대비 1.3%P 하락했다.

불과 3년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입시생들은 AI·SW(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막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서울 소재 의대를 포기하고 컴퓨터공학 전공을 선택하는 지원자가 나올 정도였다. 2022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시 경쟁률은 3.4 대 1로 전년(2.58 대 1)보다 대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는 6.23 대 1, 신설된 연세대 AI학과는 8.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자연계열 상위권 인재들을 대거 흡수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과열됐던 AI·SW 분야의 인기가 수년 만에 얼어붙은 셈이다.

인재들 왜 떠났나

인재들이 AI·SW 분야를 외면하는 원인으로는 급속도로 발전한 생성형 AI가 꼽힌다. AI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인간 개발자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비숙련자들의 주요 업무였던 기본적인 코딩은 생성형 AI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며 "AI로 대체할 수 없는 고급 인력이 아니라면 채용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IT업계 채용 판도가 급변하면서 직업적 안정성에도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 오키(OKKY)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직원 수 100명 이상 IT 기업 18곳 중 50%가 신입 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IT업계 내에서 소위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도 과거 대비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공학 교육의 '한계'가 드러나며 컴퓨터공학 전공 선호가 급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학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교육계는 중등·고등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공학의 기초가 되는 수학 역량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대학 교육만으로는 경쟁이 치열한 IT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의 국제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4 세계대학 순위에 따르면, 수학 분야 10위권은 MIT, 스탠퍼드 등 미국 대학과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 영국 대학이 휩쓸고 있다. 한국 대학은 서울대, KAIST를 제외하면 대부분 100위권 밖이다.

美·中 학계 상황은?

우리나라 학계에서 AI·SW 분야가 외면받는 것과 달리, 여타 주요국에서는 여전히 관련 분야를 둘러싼 열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20년 전 100여 명에서 800명 수준까지 약 8배 확대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관련 인력 수요가 급증하자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원을 늘린 것이다. 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생의 한 해 입학 정원은 80명에 그친다. 20년째 정원이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2023년 겨우 25명 증원됐다.

중국에서도 AI·SW 관련 학과의 위상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중국 저장성교육고시원이 지난해 상하이 소재 대학의 학과별 지원 점수 커트라인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던 학과는 상하이자오퉁대 컴퓨터과학기술학과였다. 같은 대학의 전자정보학과와 AI학과, 푸단대의 이과실험학과가 뒤를 이었고, 이어 의대인 상하이자오퉁대 임상의학과와 구강의학과(치대), 푸단대 임상의학과 순으로 커트라인이 높았다.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들이 의대보다 공대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중국 인재들이 AI·SW 분야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은 관련 분야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AI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가 차원의 종합 AI 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을 발표하며 AI 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교육부 역시 작년 8월 15개 대학과 2개 연구기관, 2개 출판사로 구성된 AI 인재 육성 프로젝트 'AI 101 계획'을 마련하며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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