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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CIC 분리 2년 만에 카카오 품 벗어난다 "서로 도움 안 됐다" 카카오와 다음의 불편한 동행 CIC로 분리된 이후 다음 서비스 개선 속도 빨라져

카카오가 포털 서비스 다음의 분사를 추진한다.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 2015년 카카오와의 합병 이후 다음의 시장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한 가운데, 분사를 통해 본사 경영을 효율화하고 다음 서비스의 독립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다음 분사 결정
14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사내 타운홀 미팅을 열고 다음을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2023년 5월에 다음 사업 부문을 CIC로 전환했고, 이후 1년 만에 '콘텐츠CIC'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분사한 다음 법인의 대표는 현재 콘텐츠CIC를 이끌고 있는 양주일 대표가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콘텐츠CIC의 재도약을 위해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완전한 별도 법인 독립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분사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성장, 카카오가 틀어막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사가 경영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의 국내 검색 시장 내 입지가 꾸준히 약화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과감하게 다음을 '잘라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평균 점유율은 2.72%에 불과했다.
카카오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핵심 사업들과 다음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분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이와 관계없는 사업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다음 서비스의 성장에 카카오가 장애물이 됐다는 인식 역시 분사 결정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합병 이후 카카오는 다음이 운영하던 수많은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5년 6월 30일에는 모바일·PC 메신저 서비스 ‘마이피플’이 사라졌고, 같은 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다음뮤직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5년 12월 31일에는 ‘다음클라우드’가 서비스를 종료했고, 다음tv팟은 카카오TV 론칭을 전후로 지원이 끊겼다가 2017년 2월 서비스를 멈췄다.
카카오는 다음 서비스의 맥을 줄줄이 끊으며 자신들의 이름을 단 신규 서비스로 부진을 씻겠다는 포부를 펼쳤지만,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은 카카오 합병 이후 고객 반응이 조금 신통치 않다 싶으면 서비스를 중단하곤 했다”면서 “인터넷 접속의 관문 역할을 하는 포털이 기능을 축소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의 재활 노력
카카오가 다음에 미쳐 온 악영향은 다음의 CIC 분리 이후 행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음은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가 마련되자마자 속도감 있게 서비스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뉴스 서비스에 실시간 채팅 방식의 '타임톡'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타임톡은 기존 추천·찬반순 정렬과 같이 일부 댓글을 상위에 보여주는 형태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다음의 전성기를 이끈 서비스 중 하나인 이메일도 CIC 분리 직후 개편 수순을 밟았다. 다음 메일과 카카오 메일 주소 전환 기능을 도입하고 디자인을 변경해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것이다. 이메일 서비스 개편 당시 김종한 다음CIC 다음사업개발실장은 "다음 메일과 카카오 메일 서비스별 고유 기능을 유지하면서 이용자 니즈와 편의성을 높일 디자인과 기능을 적용했다"며 "이번 개편을 시작으로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메일 서비스를 지속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명사로 꼽혔던 '다음 카페'도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 '테이블'을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테이블은 이용자가 카페 가입이나 등업(등급 업그레이드)과 같은 복잡한 참여 절차 없이 간편하게 게시글과 댓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서비스다. 트래픽 확보를 위해 다음 카페 특유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