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미국 국채금리, 경기 불확실성 속 '상승곡선' 증권가 "中이 보복 차원으로 美 채권 매도했다" 일부 외신은 日 '채권자경단' 주목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경기가 위태로워졌음에도 불구,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중국, 일본 등 대량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국가들이 투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국채값 '곤두박질'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연 4.494%를 기록했다. 지난 4일(연 4.009%)과 비교하면 일주일 사이 0.5%p 가까이 뛴 것이다. 이는 2001년 11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이다.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곧 국채값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최근과 같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값은 뛰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산 우려가 낮은 미국 국채를 사려는 자금이 세계 곳곳에서 몰리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국채값 폭락은 전통적인 자금 흐름과는 반대되는 이례적 현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값 하락의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시장 이탈을 꼽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이 미국 정책 결정과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어 거시경제전략책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우려에 미국 국채와 회사채 매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관세 폭탄' 떠안은 中의 보복인가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값 하락의 배경에 중국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무역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중국이 보복을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했다는 추측이다. 국채 매도는 미국 정부의 재정부터 국민들의 모기지 금리까지 광범위하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무기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각종 금융 상품의 금리도 함께 뛰어 정부, 개인,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이 나란히 가중되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23년 미·중 무역 갈등이 극심할 당시에도 1년 반 만에 2,400억 달러(약 341조8,36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팔아치웠다.
글로벌 증권가 역시 유사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SMBC닛코증권의 오쿠무라 아타루 수석 금리 전략가는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국채를 매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줘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창립자도 "채권 투자자들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미국채 보유자들의 자산 매각을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쏟아내는 日 투자자들
일각에서는 중국이 아닌 미국 국채 최다 보유국인 일본이 국채값 하락의 주범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미국 폭스비즈니스는 지난 10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가 급등한 것은 누군가 미국채를 매도했기 때문인데, 이를 매도한 주체는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인 일본”이라고 보도했다. 친(親)트럼프 언론인으로 분류되는 찰리 가스파리노 폭스비즈니스 기자는 “백악관과 몇몇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취재한 결과, 이것(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이 트럼프가 90일간 (관세) 유예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라며 “대량 채권 매도가 이뤄진다면 사람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닛케이신문도 11일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막은 것은 ‘채권자경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채권자경단이란 과도한 재정 지출 등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막기 위해 채권을 팔아 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자를 일컫는 용어다. 실제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주에 미국 국채를 비롯한 해외 채권을 2조5,000억 엔(약 25조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