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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떠나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이동의 성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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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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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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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 쇠락해도 사람은 ‘적응’
무너진 지역사회 재건보다 ‘이동 지원’이 효율적
이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여겨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경제적 붕괴든 정치적 혼란이든, 아니면 제도적 부패든 위기가 닥치면 영향을 받은 지역은 쇠락하지만 사람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따라서 격변의 시기에 안전망을 확보하는 방법은 무너진 지역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역사적 사례를 분석한 최근 연구는 장기적인 번영은 무너진 지역사회를 다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든 해외든 ‘지역’이 아닌 ‘이동’(mobility)이 미래 세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길이다.

사진=ChatGPT

‘지역’ 아닌 ‘이동’이 “답”

연구가 가장 먼저 든 사례는 몇 세기간 이어진 중국 가족의 기록인데, 17세기 명나라의 멸망과 20세기 중국 공산당의 토지 개혁까지 포함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곤경에 빠진 지역사회를 떠난 가구들은 두 세대 만에 완전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머문 사람들은 30년까지 이어지는 가난에서 전혀 헤어나지 못한다.

역사적 사실만이 아니라 미국의 최근 데이터에서도 같은 사례가 입증된다. 오퍼튜니티 인사이트(Opportunity Insights, 하버드 대학교 비영리 조직)는 납세 기록과 인구 조사, 학교 기록을 통해 13세 이전 실업에 허덕이는 지역사회를 떠나 더 나은 취업시장을 찾아 떠난 사람이 그냥 머문 사람보다 연간 소득이 평균 8천 달러(약 1,145만원) 높다고 밝히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레이싱과 교육, 지역 경제 등에 모두 적용된다.

이민자 2세대, 현지인 소득 빠르게 “따라잡아”

이민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르는 언어를 배워야 하고, 이전 경력과 학력도 소용없고, 이민이 성립될 때까지 온갖 관료주의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민 1세대는 현지인의 소득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이민 1세대의 평균 소득은 현지인의 65%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들이 빠르게 따라잡아 2세대에 이르면 차이는 10%로 좁혀진다. 따라서 이민은 상향 이동을 막는 요소가 아니라 잠시 속력을 늦추는 일일 뿐이다.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다면 금세 따라잡는다.

이민자 소득 현황(OECD 가입국 평균)
주: 이민 1세대, 이민 2세대, 현지인(좌측부터)

이민 세대 간 사회적 이동의 사례는 영국으로 간 인도 이민자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경제적, 문화적 장벽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인도인 이민자들은 영국 평균 소득보다 22%를 더 벌고 있다. 1979년만 해도 15% 뒤떨어졌었다.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 교육 및 직업, 통합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합쳐진 결과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케냐 출신 인도 이민자의 손자인 리시 수낵(Rishi Sunak) 전 영국 총리일 것이다. 그의 가족은 소위 명문대를 나와 공직자로 성공한 후 마침내 최고 정치 권력까지 빠르게 사회적 사다리를 올랐다. 문화적, 시스템적 제약 조건에서도 이민 이후 두 세대 만에 사회적 정점에 이를 수 있다는 증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인도 이민 가구 평균 소득 추이(영국 전체 중위 소득 대비)(1979~2024년)

쇠락한 지역 재건보다 ‘이동 지원’이 효율적

그렇다면 사람은 빠르게 적응하는데 왜 지역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 먼저 지역의 산업은 긴밀히 얽힌 공급망과 노동력에 의존한다. 해당 지역에 위기가 닥치면 네트워크가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렇게 해서 지역이 활력을 잃고 정체에 빠지면 회복에 필요한 투자도 끊긴다. 또한 진취적이고 기술력 있는 인력들이 떠난 후 남는 것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과 줄어드는 세금밖에 없다. 이러한 운명은 피하기 어렵다. 한때 융성했던 지역들이 몇 세기가 지나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쇠락하는 지역에 보조금을 퍼붓기보다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적어도 그들이 기회를 찾는 이들이라면 말이다. 해당 지역을 떠나도 교육의 기회를 포함한 지원이 유지되고 새로 합류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인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결국 이동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미래에 대한 확신에 투자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정든 지역사회를 떠나 새로운 기회를 찾기로 한다면 사회와 시스템이 이들을 지원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지역은 취약하지만 사람은 자생력이 있다. 이는 앞에서 예를 든 중국 역사와 미국, 영국의 사례에서 동일하게 입증된다.

21세기에도 이동성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이 융성할 것이다. 이민은 위협이 아닌 기회로 간주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기회는 지역이 아닌 사람에 있다.

원문의 저자는 캐럴 쉬에(Carol Shiue)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Place prosperity versus people prosperity: Migration and the 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 of knowledg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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