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폴리시] 중앙은행 경제 예측, ‘이대로는 안 돼’
Picture

Member for

6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중앙은행 예측 모델, 효과성 상실
경제 변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변화하지 않으면 ‘예측 기능 상실’ 우려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지금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제 효과 발현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편리한 가정을 따라 움직였다.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은 6개월은 지나야 정책 효과가 정점에 이르고 이후 2년에 걸쳐 사그라든다고 여겨졌다. 기다리면서 지켜보고 수정하는 호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이런 예측 모델은 구시대적 유물이 됐다.

사진=ChatGPT

경제 예측 주기 “빨라져”

과거에는 중앙은행 경제 예측 주기가 2년이었고 그사이 일어나는 변동은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기적 변동이 중대한 신호가 됐다. 우리는 코로나 기간 재난 지원금 지급 이후 수일 내에 소비가 급증하고 자그마한 정책 변화 조짐에도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목격했다. 과거 추세에 의존한 예측으로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

전문가들이 예측을 자주 수정하지 않은 것도 분기 사이에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경제는 실시간 데이터를 따라 빠르고 폭발적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금리 변동은 1년 반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지만 이제는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정점에 이른다.

금리 변동 정책 효과 추이
주: 과거(실선), 현재(점선)

각국 중앙은행, 적응 위해 ‘노력 중’

영국 중앙은행은 이미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2024년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의미 있는 경제적 변화가 분기 사이가 아닌 분기 중에 발생한다고 시인한 것이다. 이에 대한 조치로 실시간 경제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월간 성장률을 포함한 단기 지표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 BEA)도 신용카드 데이터에 기반한 주간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짧은 업데이트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며칠 만에 바뀌며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락내리락한다.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 고위험 채권 투자에 따른 추가 보장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내며 신용대출 시장도 특정 기업의 채무 불이행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러다 보니 경제적 불평등의 양상도 더 쉽게 드러난다. 저소득 가구들은 유가 인상에 수일 내로 반응하지만 부유층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예측 방법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바꿔야 한다. 일부는 과거 패턴보다는 실시간 데이터에 의한 미래 지침(forward guidance)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갑작스러운 대규모 금리 변동보다 0.1%대의 잦은 조치를 선호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예상과 다르면 환매조건부채권 거래(repo programs, 시중 은행은 급한 현금 보충을 위해, 중앙은행은 유동성 조절을 위해 사용)가 자동으로 발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실시간 소매 매출 및 신용카드 데이터도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에 필수 요소가 됐다. 장기적 거시경제 조치가 적시성과 정확성에 기반한 잦은 조정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데이터 업데이트 말고 예측 모델의 개선도 필요하다. 글로벌 칩 부족 사태를 떠올려 보자. 과거에는 경제적 영향이 드러나는 데 1년 반이 걸렸지만 지금은 자동차 공장이 6주 만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예측 모델에 네트워크 이론까지 접합하고 있다. 상호 연결된 시스템을 타고 빠르게 번지는 경제 충격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들, 중앙은행보다 “앞서 예측하고 실행”

이러한 면에서 보면 기업들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스트라이프(Stripe, 온라인 결제 및 신용카드 처리 플랫폼)는 고객들의 소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UPS는 시간마다 화물 이동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사람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늘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정부 공식 발표 전에 고용 및 가격 책정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반해 공공 기관들은 엄격한 일정과 승인 절차 등에 메어 있다. 중앙은행이 기업들과의 시간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신뢰도는 더욱 하락할 것이다.

물론 중앙은행들도 단기간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방식과 장치들을 고민하고 있다. 소비 및 선적, 광고, 물가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월간 거시 경제 지표가 도입됐고 정책 결정 전에 부분적인 부가가치세 환급 및 대출 규제를 시행해 본다. 과거처럼 패턴에 의존하지 않고 확률에 근거한 동적 예측치를 2주 간격으로 업데이트하려고 애쓴다.

결과도 나쁘지 않다. 영국 중앙은행이 도입한 베이지안 모델(Bayesian Model, 더 많은 데이터나 증거를 통해 예측을 업데이트)에 근거한 월간 예측치는 6개월 경과 시점 정확도가 과거 모델보다 25%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예측이 ‘결과 리뷰’ 될 수도

중요한 변화는 데이터보다는 정책 결정자들의 시간관념에 관한 것이다. 과거처럼 시간 여유가 주어졌을 때는 정책 오류를 바로잡을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정선을 벗어난 1% 금리 인상이 수 주 만에 경제에 피해를 입히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정책 결정자들은 연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정책 효과성을 검증하고 확률에 근거한 구체적인 예측을 내놔야 한다. 예를 들면 ‘연 중반부’가 아닌 크리스마스쯤에 무슨 일이 얼마나 일어날지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장 스트레스 지표에 맞춰 완충 자본(capital buffers)을 자동 조정하는 등 대응 조치를 실시간 변화에 연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책 당국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짧게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며, 자주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내놓는 예측이 미래 지침이 아닌 과거에 대한 설명으로 격하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이작 베일리(Isaac Baley) 폼페이 파브라 대학교(Pompeu Fabra University)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Lumpy forecasts: Rational inaction in professional forecast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