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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탄소 가격 정책, ‘지역적 불평등’ 심화 일률적 탄소 가격, 지역 따라 ‘경제적 차이’ 만들어 불만 해소 위한 대책 시급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유럽 탄소 가격 정책(carbon pricing system)의 목표는 오염 당사자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지역적 차별을 심화하기도 한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톤당 90유로(약 14만원)의 탄소세는 해당 지역이 폴란드냐 스웨덴이냐에 따라 경제적 영향이 크게 다르다. 탄소 집약적 산업 비중이 높은 폴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7%를 탄소세로 지불하지만 배출량이 적은 스웨덴은 1%를 넘지 않는다.

유럽 탄소세 정책, 국가별 ‘차별 심화’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ystem)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 동일한 탄소세를 적용한다. 하지만 각 국가의 산업적 특성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평균 1유로(약 1,580원) 생산에 760그램의 탄소를 배출해 98그램인 스웨덴의 8배를 넘고 이에 따른 GDP 부담도 6.8%로 스웨덴의 0.9%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렇게 고르지 않은 부담은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작년 EU 경제가 1% 성장에 그치는 동안 배출권 거래제 적용을 받는 탄소 배출량은 5%나 줄었다. 하지만 파고 들어가면 석탄 의존도가 높은 빈곤 지역의 탄소 배출이 줄어든 반면 부자 나라의 항공 중심지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은 증가했다.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 1유로 생산당 탄소 배출량(g/유로)(좌측 Y축)(짙은 색), GDP 대비 탄소세 비중(%, 우측 Y축)(옅은 색),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좌측부터)
높은 탄소세는 경제 말고 정치에도 영향을 준다. CEPR이 240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 적용이 1표준편차만큼 늘어나면 4년간 GDP가 1.5% 감소하고 극단적 정치 성향도 1%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적 좌절감과 정치적 반발이 커지고 있다.
탄소집약도 높은 지역 “불만 증폭”
게다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 배출권 가격은 변동성이 매우 심하다. 2024년 초 100유로(약 15만8천원)이던 것이 12월에는 63유로(약 10만원)로 떨어졌다 올해 4월에는 83유로(약 13만원)로 다시 올랐다.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는 생산자들은 이러한 변동성을 피해 갈 수 있지만 석탄 의존도가 큰 산업은 심각한 현금흐름 위기로 연결된다.
이러한 불균형을 인지한 EU는 사회기후기금(Social Climate Fund, SCF)을 조성해 2단계 배출권 거래제(ETS2, 건물, 도로 교통 및 기타 부문의 배출량을 해결) 수입 중 867억 유로(약 137조원)를 내년부터 2032년 사이 재배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예산으로는 저소득 지역에 예상되는 피해의 1/3 정도밖에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도움을 받으려는 정부는 6월까지 사회 기후 계획(Social Climate Plans)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좌측부터)
탄소세의 불균형적 경제 효과는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금속이나 화물 운송 등 탄소 가격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일자리는 중위 소득 대비 18%를 더 받는 반면 신규 친환경 일자리는 5%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탄소 집약적 산업이 많은 지역의 임금 축소가 불가피하고 지역 주민들의 분노와 포퓰리즘은 예견된 수순이다.
탄소세 환급 및 무료 배출권 ‘손봐야’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마련되고 있다. 탄소집약도에 따른 탄소세 환급(Carbon Intensity Weighted Rebate)은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수입 중 절반은 인구수에 따라 되돌려주고 나머지 반은 탄소집약도에 따라 배분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했다면 작년 폴란드 가구는 총 27억 유로(약 4조3천억원)의 환급금을 수령해 GDP 차질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극단주의 성향의 발흥도 40%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안은 ‘동적 무료 할당 시스템’(dynamic free allocation system, 과거 활동 수준이 아닌 실제 감축 수준에 따른 조정)으로 산업별 중간값이 아닌 실제 배출량 감소 기준으로 무료 배출권을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기반 시설 차이’, ‘수입품 적용’도 불평등 심화
가격 및 재분배 외에 기반 시설 부족도 큰 문제다. 작년에 폴란드는 전력망 부족으로 청정에너지 비용이 메가와트시(MWh)당 13유로(약 2만6천원)나 올라 탄소세로 인한 천연가스의 석탄 가격 대비 경쟁 우위를 희석시키기도 했다. 한편 스웨덴은 풍부한 청정에너지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관하고 배분할 기술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투자 또한 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소다. 중부 및 동부 유럽은 시설 투자에 북유럽과 비교해 두 배의 채권 수익률 스프레드(bond spread, 리스크 차이로 인한 추가 수익률)를 적용받았다.
한편 EU가 계획하고 있는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탄소 발생 수입품에 매겨지는 관세 및 부담금)은 탄소 집약적 수입업체에 배출권 거래제를 적용한다. 당초 탄소 집약적 산업이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특히 남부 및 동부 유럽의 건설 산업 비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 추가 조치가 없다면 이 역시 국가 간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다.
유럽은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정책 자체에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불평등이 심화한다면 대중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 90유로(약 14만원)로 정해진 배출권 가격이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 부국과 석탄 의존국을 차별하는 산업정책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 감소와 함께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있는 지역 주민의 인내심도 함께 줄고 있다. 그러므로 탄소 가격 책정에만 몰입할 일이 아니다. 모든 유럽 주민이 탄소세를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 추궁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문의 저자는 막시밀리안 콘라트(Maximilian Konradt) 임페리얼 칼리지 비즈니스 스쿨(Imperial College Business School) 박사 후 연구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unequal costs of carbon pricing in European regio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