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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과천 아파트 거래 62.5% 신고가 거래 실수요 몰리며 신축·재건축 단지 모두 강세 관망세 속에도 일부 지역에선 신고가 이어져

최근 부동산 시장 전반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가운데, 일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과천시는 강남과 가까운 뛰어난 입지와 정비사업 본격화에 따른 기대감 속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신고가 거래 비중을 기록하며 '준강남'의 입지를 다시금 입증했다. 여기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해당 규제를 피한 수요가 과천시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한 이른바 '풍선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천, 강남 접근성 뛰어나고 고가 아파트 많아
1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아파트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1만3,423건으로 전월(2만5,464건) 대비 47% 감소했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수도권 전체 신고가 거래 비중도 낮아졌다. 수도권 신고가 거래는 지난달 5.97%로 전월 대비 약 3%포인트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18.75%→15.44% △인천 2.97%→2.55% △경기 3.75%→3.08%로 세 지역 모두 소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부동산 수요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해당 지역에 대한 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했지만,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갭투자 의심 거래가 급증하자 한 달 만에 재지정했다. 여기에 7월로 예정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 등 대출 규제 강화, 조기 대선에 따른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망 심리가 확산하면서, 거래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처럼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경기도 과천시는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과천시는 강남과 가까운 입지, 우수한 교통 접근성에 고가 아파트가 많아 '준강남'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지난달 신고가 거래 비중은 62.5%에 달했다. 과천시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1일 기존 거래가 대비 6,000만원 오른 24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59㎡도 지난달 16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직전 거래보다 5,000만원 오른 최고가를 기록했다.

토허제 풍선효과에 재건축 호재에 실수요 몰려
신고가 거래 비중이 늘면서 과천시 아파트의 매매가격도 상승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 따르면 4월 7일 기준 과천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0.2%~0.41%의 상승률을 기록한 강남 3구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5%, 전국은 보합에 그쳤다. 과천시 전셋값도 0.25% 상승하며 매매가 상승 흐름을 뒤따르고 있다.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니라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의 중심에는 정비사업이 본격화한 재건축 단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과천 주공5단지는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마쳤고, 주공8·9단지는 현재 이주 절차에 들어갔다. 특히 주공5단지는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이자 서울 지하철 4호선 역세권에 있어 기대감이 크다. 여기에 주변 단지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과천 전역이 대규모 정비사업 벨트로 재편되고 있다. 해당 재건축 단지는 과천 부동산 시장의 핵심으로 향후 일반분양가와 시세 흐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허구역 재지정에 따라 비규제 지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 이른바 풍선효과의 수혜도 입고 있다. 과천시가 아직 토허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인 만큼 규제를 피해 유입된 투자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과천시 내 주요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강남구와 유사한 고급 주거지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시장을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남·용산·양천구 등도 신고가 거래 비중 높아
과천시만큼은 아니지만, 강남구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의 신고가 거래 비중은 59%로 2022년 4월(53.7%)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이 외에 용산구(46.2%), 양천구(44.0%), 서초구(33.3%), 송파구(27.9%) 등 서울 인기 지역도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양천구의 경우, 과천시와 마찬가지로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기대감이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모두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이 중 6단지와 14단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서울 내에서도 입지, 개발 기대감, 매수세 집중도 등에 따라 신고가 거래 비중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직방에 따르면 도봉구(0.9%)·강북구(1.5%)·노원구(1.9%) 등 서울 외곽 지역은 신고가 거래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했다. 이른바 노도강으로 불리는 해당 지역은 개발 호재나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곳으로, 관망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4월 넷째 주 노원구(-0.22%), 도봉구(-0.15%), 강북구(-0.04%)의 1~4월 누적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과천시 외에 성남시 분당구(15.7%)·중원구(9.2%), 부천시 오정구(15.4%)·소사구(10.1%), 용인시 처인구(9.7%) 등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10%를 넘겼다. 분당구는 판교 백현동 중대형 아파트, 수내·서현동 등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고 부천시 오정구와 소사구는 서울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중소형 구축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인천에서는 미추홀구가 7.5%로 상대적으로 높은 신고가 비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