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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40억 달러 시설투자 계획 미시간주 등 주요 공장 증설 GM CEO "미국 내 일자리 지원"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장한다. 이는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GM, 미국 내 차량 생산 확대
10일(현지시간) GM은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2년간 총 4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및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GM은 이번 신규 투자로 미국 미시간주와 캔자스주, 테네시주 내 공장들의 차량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연간 2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할 것으로 GM은 내다봤다.
신규 투자에 따라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블레이저와 쉐보레 이쿼녹스 등 2개 차량 모델의 경우 미국 내 2개 공장에서도 생산될 예정이다. 쉐보레 이쿼녹스의 생산은 미국 내 증산 형태로 추가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또 미시간에 위치한 대형 유휴 공장을 전기트럭 생산 기지로 활용하려던 기존 계획을 수정해, 2027년부터 SUV와 트럭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교통의 미래가 미국의 혁신과 제조 전문성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늘 발표는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미국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우리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5% 수입 자동차 관세 대응
GM의 이번 발표는 자동차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들겠다며 외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부터는 자동차 부품으로 대상을 확대한 상태다.
다만 수입 부품을 썼더라도 미국에서 완성한 차라면 관세 일부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차를 조립한 제조업체에 차량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관세 크레딧'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수입 부품으로 미국에서 조립한 차값이 1,000달러(약 136만원)라고 한다면, 조립업체가 다음번 부품을 수입할 때 150달러어치 부품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면제해 주는 식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내년 4월 30일까지 1년 차에는 크레딧 15%가 주어진다. 내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는 크레딧이 10%로 줄어들고 이후부터는 크레딧 혜택이 폐지된다.
4월부터 부과 중인 완성차에 대한 관세는 소비자에게는 부담이었지만 미국 자동차업계는 거의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부품 관세는 해외 부품을 사다 쓰는 미국 업체들 입장에서 비용 상승 요인이 된다. CNN에 따르면 미국 공장에서 조립되는 자동차 부품의 50%가 수입산이다. 또 CNN은 자체적으로 정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관세 크레딧 혜택을 받더라도 제조업체들이 차량 1대당 4,000달러가량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판 다시 짜는 완성차업계
이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미국 시장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는 데 소극적이던 독일 업체들이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투자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에 58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그동안 전량 수입하던 아우디 브랜드의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업체들도 조용히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토요타는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 공장에 139억 달러(약 19조4,500억원)를 투자해 북미 전기차 생산의 핵심 공장으로 삼겠다고 전했다. 혼다는 시빅 하이브리드와 CR-V를 미국 내 생산 모델로 전환하고, 북미 현지 조달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닛산 역시 테네시 공장을 확대하고 멕시코 생산 물량 일부를 미국에서 생산하려고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수요 맞춤형 생산을 강화한단 전략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기아 모델 가운데 아반떼(13만6,698대), 팰리세이드(11만55대), 쏘나타(6만1,701대) 등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차종인데, 앞으로 미국 판매분은 미국에서 생산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4일 백악관에서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해 연간 120만 대 생산 체제를 미국에서 갖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170만8,293대였다.
일부 업체는 미국 시장 전략 차종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건 저가 모델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준중형 SUV인 GLA 등 보급형 차종을 미국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벤츠는 4만3,000달러(약 6,300만원)에 판매되는 GLA 대신 가격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를 넘어서는 대형 세단 ‘S클래스’ 등 고급 차 판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