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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엔 기술, 한국엔 청구서? KF-21 공동개발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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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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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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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개발비 분담금 20%→6.8%
“튀르키예 전투기 구매” 압박 전술
기술 유출 시도, 남은 건 의심과 손실
12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 참석한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과 스리 얀또 인도네시아 국방부 예비전력총국장이 ‘KF-21 공동개발 기본합의서 개정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 중이다/사진=방위사업청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공동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가 1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체납한 끝에 6,000억원 지급으로 최종 합의했다. 분담금 축소 배경엔 튀르키예와의 전투기 계약 등 외교적 압박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실익 없는 타협을 택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앞선 기술 유출자 적발 당시에도 미흡한 대응으로 뭇매를 맞았던 만큼 이번 협상은 방산 외교의 전략 부재와 신뢰 붕괴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남게 됐다.

대등한 파트너십 어디에

13일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지난 11~12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인도 디펜스’에 참가해 인도네시아 측과 양국 간 ‘공동개발 기본합의서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애초 인니가 지급 예정이었던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7,000억원을 6,000조원으로 감액해 달라는 요청을 방사청이 받아들이면서다. 납부 기한과 기술 이전 범위 등은 양측이 추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른바 ‘굴욕 합의’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앞서 인니 정부는 지난 2023년에도 분담금 납부 기한을 2034년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체납에 대한 부담은 덜어내면서 공동개발국 지위는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은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의 대부분을 떠안게 됐고, 대등한 파트너십은 명목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으로는 ‘한국 독자 개발, 인니 기술 확보’에 가깝단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이 같은 여론 속에서도 방사청은 인니와의 전방위적인 전략적 협력을 구체화하고 확대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이번 인도 디펜스 방문 및 인니 기술진 현안으로 그동안 다소 경색됐던 양국 방산 협력 관계가 본궤도에 올랐음을 확인했다”면서 “인니와 잠수함, 화력 및 방공체계 등 다양한 분야로 방산 협력을 강화해 향후 동남아지역 전체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의 비행 모습/사진=방위사업청

허울뿐인 ‘기술 주도국’ 타이틀

인니는 KF-21 보라매 개발의 유일한 공동개발국이다. 당초 인니는 개발비용의 20%를 부담하며, 전투기 양산에 성공하면 50여 대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분담금은 매년 4월과 10월에 각각 납부한다는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인니의 기술적 기여도는 전무하다. 그럼에도 인니는 자국의 기여도를 강조하며 분담금액의 축소와 기술이전, 대외수출권 등을 요구하며 분담금까지 미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튀르키예와의 대규모 전투기 계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한국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11일, 인니가 자국 최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카안(KAAN) 48대를 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약 100억 달러(13조원) 수준이며, 이는 튀르키예 방산 역사상 가장 큰 수출 계약이다. 양국의 합의에는 단순 구매는 물론 기술 이전, 현지 부품 생산, 인력 양성 같은 인도네시아 방위산업 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발표는 한국 정부의 KF-21 분담금 협상과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인니가 협상의 지형을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레가 페르디난드 웨나스 잉키리왕 인니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가 튀르키예와 서명한 것은 구매 계약이 아니라 양해각서(MOU)”라고 선을 그었지만, 인니가 기술 자립과 방산 육성, 외교적 지렛대 확보까지 노린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게 외교계의 중론이다.

결국 한국은 분담금의 규모에서 전적으로 양보했다. 인니는 공동개발국 지위는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부담은 대폭 줄였고, 이는 실익 중심 전략을 고수한 인니 외교의 승리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기술 주도국이자 최대 기여국임에도 이렇다 할 반격 수단을 쓰지 못한 채 굴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였다. 대규모 국제 방산 프로젝트에서 계약 이행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국가 이익의 훼손되는 부정적 선례를 남긴 셈이다.

방위산업 기술 주권 ‘위태’

KF-21 공동개발 과정에서 인니 기술진 일부가 한국의 전투기 핵심 설계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이번 분담금 합의에 더욱 씁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난해 말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니 기술자 5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이들로, 보안 규정을 어기고 개발 자료를 외부로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반출한 자료에는 전투기 엔진 관련 주요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단순한 기밀 누출을 넘어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 주권을 정면으로 훼손한 중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소 이후에도 인니는 공동개발국 지위를 유지했고, 해당 인력에 대한 처벌 외에 프로젝트 구조 자체에 대한 재검토나 추가 안전 장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 방산 업체 관계자는 “기술 유출이라는 치명적 사건 이후에도 협력을 지속한 것은 향후 다른 파트너국들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방산 분야는 신뢰가 핵심인데, 이 신뢰가 무너졌을 때 회복이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기술 유출과 같은 사건은 단순히 보안상의 문제를 넘어 한국의 기술력 자체를 헐값에 제공한 것과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투기 기술은 수십 년간의 누적된 노하우와 축적된 인력이 만든 결과물인데, 향후 인니가 독자적 전투기 개발이나 타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한국 기술을 변형·전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협력 과정에서 일어난 기술 유출 시도를 단순한 헤프닝이 아닌 ‘전략 자산 손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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