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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와 그 게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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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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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남다른 정치적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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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의 ‘게임의 법칙’을 두고 공방전이 치열하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6일 ‘당원 100% 룰’을 제안했다. 이에 유력한 당권 주자 중 하나인 안철수 의원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대신 현행인 당원 70% 대 여론조사 30%이라는 룰은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주호영 원내대표의 ‘수도권·MZ세대 경쟁력’ 발언이 논란이 된 것처럼, 차기 총선을 치르는 데 있어 누가 당 대표가 돼야 국민의힘의 선거 경쟁력을 가장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룰에 대해 “7대 3을 유지하는 게 좋다. 다만 3에 해당하는 민심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게 바람직하다”며 “우리 지지층에는 당원과 비당원 우호층이 있다. 당원뿐 아니라 비당원 우호층도 함께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언급한 비당원 우호층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열성적이지는 않지만, 국민의힘을 다소 선호하는 유권자층을 말한다.

민주당은 골수 팬이 많고 국민의힘은 라이트한 지지자가 많다 

2022년 12월을 기준으로, 국민의힘의 총 당원 수는 348만 명이고, 더불어민주당의 총 당원 수는 405만 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총 당원 수가 조금 더 많다. 또한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을 의미하는 민주당의 권리당원과 국민의힘의 책임당원 수를 비교하면 각각 89만 명과 56만 명으로 민주당이 크게 앞선다. 정당과 진영에 대한 충성도가 당원 가입 여부를 결정짓는 한국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이 좀 더 충성도 있는 지지자가 많고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진영에는 충성도 있는 지지자의 수가 다소 적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안 의원이 지적한 ‘비당원 우호층’이 중요해진다. 국민의힘에 당원 가입을 할 정도로 충직한 지지자는 아니지만, 국민의힘을 옅은 강도로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더라도 민주당보다는 좀 더 우호적으로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유권자층을 의미한다. 소위 ‘중도 보수’ 혹은 ‘무당파 보수’라 불리는 유권자들이다. 놀랍게도, 이런 ‘라이트한’ 성향의 유권자 수는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보다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갤럽의 조사 기준으로, 조사 대상 1,000명 중 자기 보고 정치성향이 ‘보수’인 경우가 ‘진보’인 경우보다 2022년 내내 수적으로 다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깊다. 2002년 한겨레신문에서 실시한 ‘한국인 이념성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보다 많았다. 소위 ‘범 보수’가 ‘범 진보’보다는 그 숫자가 많다는 뜻이다.

<출처 : 한겨레신문>

그러나, 많은 연구결과들은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 일관된 이념 체계를 가진 사람이 많은 쪽은 진보진영 쪽이지 보수진영 쪽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각각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일관적으로 견해를 가진 사람은 진보 성향자들 중 많이 찾아볼 수 있고, 보수 성향자들에게는 드물게 찾아볼 수 있어서 많은 보수 성향자들이 적당히 중도적이라는 뜻이다. 즉 뚜렷하고 열성적인 지지층을 많이 보유한 것은 민주당이지만, 적당히 우호적인 유권자층까지 합친 총체적인 잠재 지지층의 수가 많은 건 국민의힘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유권자 지형은 국민의힘에게 있어 ‘확장성’의 이슈를 더욱 크게 부각시킨다. 중도 혹은 무당파층으로 최대한 확장하지 않으면 민주당보다 열성 지지층의 숫자에서 밀리기 때문에 선거 패배가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도 확장이라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에 있다. 이유는 소위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니즈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관된 선호 없는 중도층, 갈수록 표심 잡기 어렵다 

심리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2012년 제작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중도파의 신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진보적이고, 어떤 면에선 보수적일 수 있다”며 “다양한 조합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중도라 불리는 개인들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는 아주 강하게 진보적일 수도 있고 보수적일 수도 있는데 전체의 총합이 중간 정도인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비일관적인 이념적 선호를 가진 ‘중도’ 유권자층을 기성 정당이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이유는 양당제 하에서 보수든 진보든 거대 양당은 자당의 이념적 방향성과 다소 일관되는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기에, 일관적이지 않은 유권자층의 필요에 맞추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표로 하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층이 살짝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져 있더라도 그 난이도는 국민의힘에 있어 굉장히 높다. 소위 ‘젠더 이슈’와 같이 생활 정치상의 이슈에 실용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도층의 성향이기에, 정당과 정치인들이 최신 사회의 트렌드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사회적 트렌드는 나날이 그 종류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게 세상의 이치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그 비율이 2030세대에서 높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과 28일 전국 성인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정치현안 여론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43.3%는 '중도'라고 응답했다. 이 중 30대의 경우 56.4%가, 20대의 경우 43.1%가 자신이 ‘중도’라고 응답했다. 자신을 ‘중도’라고 응답한 비중은 50, 60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중도층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49%)였다. ‘수도권 경쟁력’ 및 ‘MZ세대 경쟁력’이라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중도 확장성’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소위 ‘주호영 논란’으로 인해 회자되고 있는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의 자질은, 중도 확장적인 노선과 전략을 실제로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는 당 대표의 역량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역대 선거 중 최대 투표자를 기록할 정도로 양 진영이 총 결집했던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와 달리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할 차기 22대 총선의 경우 진영 간의 총 결집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그렇기에 고정 지지층이 좀 더 많은 진보진영이 우세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 ‘예정된 불리함’을 극복할 만한 복안을 갖고 있는 자가 국민의힘의 최종 당 대표로 선출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비당원 우호층', '중도 보수', 'MZ 세대' 등으로 불리는 중도층의 여론이 당 대표 선거에 반영돼야 하기에 현행 7:3이라는 '게임의 법칙'은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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