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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된 중앙정부-지방정부, 규제 완화로 갈등 실마리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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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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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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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 전주 완산구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해 그린벨트 해제를 말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지방 규제 대수술에 들어갔다.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개발 활성화를 위함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우선 이를 위해 중앙부처가 지닌 규제 권한을 차례대로 내려놓겠단 방침이다. 기업의 '모래주머니'를 떼어 주겠단 의미다.

尹 "애매한 스탠스 취하면 과감히 잘라야", 규제 완화 '강경 의지'

정부는 우선 중앙정부의 규제로 인해 개발사업이 보류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사례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지방 규제에 대한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수차례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규제개혁을 도모했으나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각 부처가 민간 협회 등을 통해 각종 규제 관련 조사가 진행됐으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번 전수조사가 실질적인 규제개혁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정부가 가장 먼저 시야에 둔 건 환경 규제다. 정부는 기업 유치를 위해 그린벨트를 비롯한 환경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비수도권 시·도지사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30㎡에서 100만㎡ 이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앞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한 인사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개혁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는 지자체의 숙원이이었던 만큼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 속에서 정부가 차질 없이 규제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늘어만 가는 갈등, 정작 해결은 안 돼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역할이 점차 증대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자체)간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활 수준을 변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국가불균형발전 현상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책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대체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은 큰 소득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개발과 보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채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렇다할 대안 없이 극한 대립과 갈등만 지속하기 일쑤다. 그러다 중앙정부가 사실상 '찍어 누르기'를 단행하면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한 지방정부(주민 포함)의 불신을 초래하고, 이는 곧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대를 불러온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질수록, 가치가 중첩될수록 합리성을 전제로 한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다.

공무원 특유의 무책임함도 갈등 관리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풀어줘야 지방정부도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일을 진행시키다 문제가 발생하는 게 두려워 애초에 규제 해제와 같이 민감한 사안의 업무는 회피해 버리는 것이다. 규제 권한의 탈중앙화가 기대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중앙정부가 규제 권한을 내려놓고 지방정부에 이를 위임한다면 지방정부는 기업을 유치하고, 나아가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더 주력할 수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해선 '베풀기'만으론 부족

다만 이번 사업 또한 중앙정부 차원의 '베풀기'적 성격이 강하다. 한계가 명확하단 뜻이다. 지금까지 지방정부는 중앙의 권력적 기반인 일선기관으로서 주로 중앙에서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번 규제 완화 또한 이와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알력 다툼 자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도돌이표가 돌아갈 뿐이다.

우선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권화 시대에 맞지 않는 행정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현재 구성되어 있는 기능을 재분배해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권한을 확대하고 기능상의 불명확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업무처리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지방정부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마찰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통해 서로 견제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 발생은 필수 불가결하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 상황을 어떻게 최소화하는가에 달렸다. 이번 그린벨트 규제 완화와 같이 중앙 정부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도 물론 나쁜 방식이 아니다. 그러나 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힘'을 균등하게 맞추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정부는 깊이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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