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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주민소환제가 시행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주민소환투표가 제기된 선출직 지방공직자는 11명으로 이 중 해직된 사례는 기초의회의원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선출직 지방공직자 주민소환제도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선출직 지방공직자에 대해 소환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임기가 종료되기 전에 해직시키는 제도로 지난 2007년부터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됐다. 적용 대상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이며 비례대표 지방의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구 사유에는 제한이 없으나 해당 선출직의 임기 개시일 1년 이내, 임기 만료일 1년 미만일 때는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없다.
시·도지사의 경우 청구권자 중 10% 이상이 서명하고 시장·군수·구청장과 지방의원은 각각 청구권자의 15% 이상, 20% 이상이 서명하면 주민소환투표 시행이 가능하다. 투표가 시행되면 투표권자 중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고 유효 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해직시킬 수 있다.
주민소환 124건 중 투표까지 간 경우는 11건 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체 124건의 사례 중 주민소환투표까지 진행한 경우는 11건이며 중도에 종결된 경우는 113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2007년에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2016년, 2013년, 2016년, 2019년, 2020년에는 10건 이상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0년, 2014년, 2018년, 2022년에는 단 한 건도 청구되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22건, 부산 13건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 지역은 10건 미만으로 집계됐으며 세종시는 아직까지 운영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소환 대상자를 유형별로 보면 지자체장(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과 지방의원(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은 각각 61건, 교육감은 2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방의원 중 기초의회의원이 5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시장·군수·구청장이 53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민소환투표를 실시한 11건 중에서는 시·도지사 1명, 시장·군수·구청장 5건, 기초의회의원 5건으로 이 중에서 2명의 기초의회의원은 투표 결과에 따라 해임됐다. 소환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이 법정 요건인 33.3%를 넘지 못한 9건은 투표 결과를 개봉하지 않은 채 종결돼 소환이 무산됐다.
주민소환제도 실효성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 마련해야
주민소환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직접적 정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사실상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중도에 퇴출시키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주민소환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정치적 이권 싸움으로 번져 압력행사의 수단으로 남발된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청구 서명자 비율, 투표율, 청구기간 제한 등으로 인해 활용도가 낮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주민소환이 됐던 시·도지사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환 제주지사, 김신호 대전교육감, 박원순 서울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박종훈 경남교육감 등으로 이들 모두 자진 철회, 청구 기간 내 서명부 미제출 등의 사유로 투표까지 가지도 못했다.
더욱이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는 도중 철회나 요건 미충촉 등으로 투표하지 않고 중단할 경우 지자체의 행정력이나 예산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민소환투표 관리비용은 31억원으로 추산된다.
입법처, 청구 제한 기간 단축·개표 요건 완화 등 제안
이에 입법처는 주민소환제도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직접 참여 장치로 지역에 안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동일한 청구인이 특정 공직자에 대해 청구와 기각을 반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민소환은 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는 제도인 만큼 청구 사유를 제한할 수 없다. 실제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은 주민소환 청구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정쟁 등으로 인해 제도가 오·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주민소환 청구기간의 제한 기간을 임기개시 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무투표 당선인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의 청구 제한 기간을 예외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입법처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일반적으로 청구제한 기간을 임기시작 후 6개월 미만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 소환 청구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소환 발의에 필요한 주민 서명 수를 지역별 인구 규모를 고려해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입법처는 청구권자를 인구 규모에 따라 설정함으로써 인구가 많은 지자체의 경우 청구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문제가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주민소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소환투표의 개표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주민소환제의 청구요건이 까다로워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자 지난해 12월 개표요건을 투표권자 총수의 1/3에서 1/4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주민소환 대상자에서 제외됐던 비례대표 지방의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비례대표의 경우 선출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의원과 동일한 권한과 의무를 갖는다는 점에서 소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주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선출직 공직자뿐만 아니라 임명직 공직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일본도 비선출직 주요 임명직 공직자를 비롯해 지방의회의 해산까지 포함하고 있다.
주민소환제도는 유권자가 선출직 공직자를 교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제도다. 공직자들의 전횡이나 직무유기를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지만 소신 행정을 과도하게 억제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과 같다. 결국 주민소환제도가 대립과 정쟁, 갈등에 남용되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진정한 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속저으로 제도를 보완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