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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 침체로 인해 에너지 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시장에 대한 VC 투자가 둔화됐으나, 전체 거래 건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ESS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요인으로 높은 시장 수요를 지목했다.
작년 ESS 투자 사상 최대, 올해도 꾸준히 이어지는 중
투자 전문 씽크탱크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ESS 업계에 대한 사모펀드(PE) 운용사의 투자는 총투자 규모 112억 달러(약 14조8,355억원), 거래 건수 80건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일 기준 누적 거래 건수는 44건이며 투자 금액은 52억 달러(약 6조8,879억원)로 집계됐다. 작년 규모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피치북은 총거래 규모만 보면 2018년이 사상 최대 규모지만, 당해년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Brookfield Business Partners)와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CDPQ·Caisse De Dépôt Et Placement Du Québec)이 공동으로 글로벌 배터리 제조기업 클라리오스(Clarios)를 132억 달러(약 17조4,847원)에 인수한 빅딜이 있었던 만큼, ESS 산업에 대한 순수 투자 규모는 사실상 지난해가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ESS는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활용해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를 일컫는다. ESS는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국내 ESS 기업으론 삼화전기, 파워로직스, LS일렉트로닉스 등이 있다.
지난 7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은 M&G 계열사 인프라캐피털(Infracapital)과 공동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 ESS 기업 제노베(Zenobe)에 7억5,000만 달러(약 9,936억원)을 투자해 ESS 산업에 대한 투자 시장의 관심을 반증했다. 제노베는 2016년 설립한 전기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의 필수적인 전력 저장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ESS 강국인 한국 역시 지난 5월 블랙록, MBK 파트너스, 카타르투자청 등 다국적 투자자 그룹이 국내 ESS기업 SK온에 약 9억9,000만 달러(약 1조3,115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은 오랜 ESS 연구 개발을 통해 현대 블루온, 기아 레이EV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 페라리 등 유명 브랜드에 배터리를 납품했다. SK온의 누적 조달액은 53억 달러(약 7조214억원)로 알려졌다.
2050년 탄소 중립 위해선 ESS 필수
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가 대량 보급됨에 따라 ESS에 대한 시장 수요 증가로 인해 ESS 기업에 대한 투자 관심이 급증했다고 분석한다. 일정하지 않은 전력을 충전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도 이용되기 때문에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사업의 핵심 요소로도 평가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적용되는 ESS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PE 운용 그룹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엔캡 등으로 구성된 공동 투자자 그룹은 10억 달러(약 1조3,248억원) 이상의 규모로 프랑스 유틸리티 회사 엔지(Engie)의 ESS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매각 당시 태양광 및 풍력 자산 포트폴리오나 미국 내 4GWh(기가와트시) 배터리 사업은 포함하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ESS 전망에 대한 기대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ESS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호주 에너지 리서치 기업 오로라에너지(Aurora Energy)도 2050년까지 유럽에서만 700억 유로(약 98조9,681억원) 이상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