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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개설, 반도체 패키지 기술 다룰 전망 日정부도 한일 공동 반도체 공급망 구축 합의에 따라 '200억 엔' 지원 반도체 패키징, 새로운 부가가치 만들 핵심 기술로 떠올라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신설해 첨단 패키징과 유관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며, 기술개발 인력 대거 채용 및 일본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 등을 검토하고 있다. '패키징'은 한계점에 이른 반도체 회로 미세화를 극복할 대안으로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래 반도체 기술 확보 나선 삼성전자
21일 일본 요코하마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지구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연구 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랩(APL)’을 구축하기로 했다. APL로 명명된 연구센터는 내년부터 총 2,000평 부지에 기술연구 시설과 사무실이 마련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400억 엔(약 3,6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내와 일본 현지 R&D 인력 약 100명을 채용해 반도체 패키징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사업과 기술을 강화하는 가운데 요코하마에 연구거점을 개설한다”며 “일본 현지 기업·대학·연구기관 등과 협력해 삼성은 지속적인 기술 연구로 반도체 전반의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삼성전자 투자 보조금으로 최대 200억 엔(약 1,8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조금은 반도체 산업 진흥을 위한 ‘포스트 5G 기금’에서 출연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시 반도체 공급망 구축 합의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상회담에선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 소부장 기업 간 공조가 강조된 바 있다.
NHK는 이날 “기시다 총리가 오늘 국내 투자 확대 관련 회의에서 해외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침을 직접 표명했다”며 “경제 안보를 위한 주요 물자인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 해외 반도체 업체들에 국내 진출을 촉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회로 미세화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른 '후공정 패키징'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이유는 반도체 회로 미세화를 극복할 대안으로 패키징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를 제조하고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칩을 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나뉘는데, 현재 후공정은 반도체 미세화 기술이 한계에 이르면서 그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패키징 기술이 단순히 회로 보호를 위한 포장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이종집적’이라는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미세화의 한계를 해결하고 있다. 첨단 패키지(Advanced Package) 기술로 불리는 이종집적 패키징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기술로, 시스템 반도체나 메모리 반도체 상관없이 서로 다른 반도체를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모아 함께 패키징한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연산을 위한 데이터 이동 경로가 최소화됨에 따라 반도체 성능과 효율이 높아지고, 보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개발 중인 첨단 패키징 기술 사례로는 칩렛(Chiplet)이 대표적이다. 칩렛은 하나의 칩을 연산, 저장, 전력, 데이터 출입구 등 기능별로 나눠 제작하고, 후공정 패키징 단계에서 다시 모으는 기술을 뜻한다. 칩을 여러 개로 나누기 때문에 차별화 공정을 적용하기 쉽고, 값비싼 공정을 일괄 적용할 필요가 없어 개발 효율과 비용 절감에도 탁월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첨단 패키지 시장은 앞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9.6%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미세화 기술이 한계점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패키징 기술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이종집적 기술을 사용한 2.5차원·3차원 패키지의 경우 매해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