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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물 국채금리 3.8%대 도달, IB들의 “내년 말 4%” 예상 빗나갔다 금리 인하 아직인데,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美 채권시장 "국채금리 급락 속도 너무 빨라", 경계해야 한단 의견도
미국 국채금리가 중장기물 위주로 5bp(1bp=0.01%포인트)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기조 전환이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채권시장에 나타난 랠리가 과열된 감이 있어 경계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공식 발표가 없었음에도 시장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美 10년물 국채금리 5달 만에 최저치
20일 뉴욕 채권시장에 따르면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7bp 하락한 3.86%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23일 16년 만에 처음으로 국채금리가 5%대까지 치솟은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는 1.71bp 내린 4.450%에 거래됐으며, 30년물 국채금리는 4.99bp 떨어진 4.019%를 가리켰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 격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금리 하락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날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4bp 하락한 1.97%로 2% 아래로 내려갔으며, 영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12bp 내린 3.53%로 4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미 국채금리를 따라가는 한국 국고채 금리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21일 오후 1시 기준 한국 국고채 금리는 2년물 3.7bp, 5년물 3.6bp, 10년물 1.7bp가량 하락했다.
연준서 금리 인하한단 소식에 들썩이는 채권시장
이처럼 시장의 금리 하락 흐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내년도 기준금리 0.75%P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금융시장 랠리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통상 기준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기발행된 채권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채권의 가격이 오르고, 국채금리가 하락세를 띠게 된다.
현재 기준금리 하락에 관한 시장의 확신은 두텁다. 심지어 일부 연준 위원이 FOMC 이후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억제하는 발언을 내놓았음에도, 여전히 시장은 연준의 예상보다 한발 더 나아가 내년 기준금리가 1.5%P가량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 대형 은행인 UBS 관계자는 “내년 3월 첫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으며, 미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내년 6월에 금리 인하가 본격화된 이후 9월에 추가 인하를 한 뒤 4분기부터는 모든 FOMC 회의 때마다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가에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대 중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하향 안정세, 특히 코어 소비자물가 둔화세가 가시화된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 확대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 국채금리가 최소한 3% 중반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 결정보다 성급한 시장의 기대치
사실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단지 시기가 어긋났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미 국채금리가 올해 말이 아닌 2024년 말부터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도이체방크, 바클레이즈, 스탠다드차타드 등 투자은행(IB)들은 내년 말 국채 금리가 4%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달 전문가 5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빨라야 내년 말에 국채 금리가 4%까지 내린단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시장이 반응한 이유는 뭘까. 바로 시장의 기대치는 당장의 결과물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2~3분기 동안의 결과물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마치 주식 시장이 ‘오늘의 수익성’이 아니라 ‘앞으로 6개월가량 벌어들일 수익성’에 맞춰서 주가가 결정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즉 현재 상황은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이 내년도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하락하기 전 국채시장에서 금리를 선(先) 하락시켜 채권의 가치를 높이려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금리 인하 시기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이 지나치게 앞서 나가고 있단 의견도 나온다. 프란시스 야레드 도이체방크 글로벌 금리 연구 책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 이후 채권시장에 나타난 랠리는 다소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연준이 언제쯤 금리 인하에 나설지 불투명한 상황인데 채권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