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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비상경영'으로 위기 돌파구 모색, 재계 비용절감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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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삼성, 주말 사장단 회의 부활·임원 휴일 근무 확대
임원들 이코노미 타고 MZ도 희망퇴직, 비용절감 삭풍
4대 그룹 영업익, 65% 사라졌다 '이유있는 비상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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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SK그룹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3고) 현상과 대내외적 악재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자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업들은 체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하되, 각종 원가 절감과 경비 감축으로 불안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재계의 사업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SK·삼성·LG, 주 6일제 부활-연봉 동결 등 긴축 경영 고삐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재계 순위 2위인 SK그룹은 최근 본격적인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그동안 친환경 먹거리를 위한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각종 신사업을 정리하고 긴축 경영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올해 대대적인 리밸런싱에 따라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24년 만에 부활시킨 주말 회의도 경영 정상화의 일환이다. SK그룹은 지난 2월부터 다시 토요일 사장단 회의를 시행하고 있다. 회의는 격주 토요일마다 열리며,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은 한 달에 두 번 휴무가 가능했던 유연근무제도 반납했다.

SK그룹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1일부터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CEO를 비롯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전원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했다. 또한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아울러 임원들에게 주어진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도 대폭 축소한다. 현재 시행 중인 해외출장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오전 7시 출근 등도 지속할 예정이다.

최근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의 자회사인 SK E&S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 것도 SK온의 자금 사정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방안이다. 도시가스판매업을 영위하는 SK E&S는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업무 연관성이 큰 데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3,327억원을 낸 만큼 SK온 투자에도 힘을 보탤 수 있어서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인력 효율화에 나선 기업은 SK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임원 승진을 최소화한 데 이어 임원들에게 제공되던 혜택을 대폭 줄였다. 삼성전자는 승진한 부사장에게 지원하는 차량을 ‘제네시스 G90’에서 한 단계 낮은 ‘G80’으로 변경하고 상근 고문 대우 연한도 축소했다. 퇴직을 앞둔 고위 임원에게 제공하는 상근 고문역의 경우 과거 1~3년에서 꾸준히 줄이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한 네트워크 사업부 임원들은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숙소도 평사원과 동일한 등급으로 제공된다.

삼성 임원들이 받는 혜택은 줄어들었지만 의무는 오히려 늘었다. 앞서 삼성은 지난 4월부터 전 계열사 대상 임원 주 6일 근무를 확대한 바 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 8시간 근무를 채우는 방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개발·지원 등 일부 부서 임원들만 주 6일 근무를 해왔는데 다른 계열사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LG그룹은 임원들의 법인카드 한도를 줄이며 긴축 경영의 고삐를 조였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팀워크 증진을 위한 조직 활성화 예산을 30%가량 삭감하기도 했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일부 계열사의 경우 임원에게 제공하는 대리운전 비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MZ세대 직원에게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구미·파주 사업장에서 '만 28세 이상 및 근속 3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이전에는 만 30세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그 범위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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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유화학·면세점 등 전방위 비상경영 확산

긴축 경영 기조는 업황을 불문하고 국내 기업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근 철강업계도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공세에 따른 계속된 부진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맨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임원들의 근무를 주 5일제로 되돌렸다. 당초 올해 1월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했는데 철강업계의 불황이 이어지자 비상 근무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부터는 임원을 대상으로 한 스톡그랜트(주식보상제도)도 폐지했다. 또 임원들은 지난 4월부터 기본 연봉의 10~20%를 반납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보릿고개를 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국내·외 출장 비용을 전년 대비 2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대신 화상회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임원 항공권 등급도 비행 10시간 이내인 경우,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회복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자 임원 급여 삭감, 매장 면적 축소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존 3본부 체제를 1본부로 전환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도 나섰다. 아울러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사적인 희망퇴직 등도 실시한다.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도 창립 60주년 기념일인 이달 1일부터 임원들에 한해 주 6일제 근무를 하기로 했다. 앞서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대내외 불확실성과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대표 역시 공장 출근을 기존 주 1회에서 주 3회로 늘리며 현장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통신 업계도 자린고비 열풍에 동참하며 홍보비를 줄이는 추세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 모두 올해 2월 열렸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출장 인원을 최소화했다. SK텔레콤은 비용 절감 최우선 순위에 홍보비를 올려 직원들의 법인카드 한도를 줄였다. LG유플러스는 직원들의 복리 후생 지원 범위를 축소하는 등 업무 추진비를 약 20% 감축했다.

최근에는 삼양그룹 등 중견기업까지 위기경영 차원에서 임원들의 주 6일 복귀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삼양그룹은 지난달부터 임원에 한해 월 2회 토요일 오전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이긴 하지만, 매주 출근을 계획하고 있는 임원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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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영업이익 1년 새 47조원 증발, 삼성은 92.4% 급감

이처럼 많은 기업이 임원들의 경각심을 고취하는 동시에 비용 절감을 병행하는 이유는 외생 변수로 인한 유례 없는 위기에 처한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의 경우 영업이익이 1년 새 65%(47조원)가 사라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의 ‘국내 4대 그룹 주요 국내 계열사 2022년과 2023년 영업이익 변동 현황’에 따르면 특히 4대 그룹 가운데 1위인 삼성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대상인 삼성 계열사 59곳의 2023년 영업이익은 2조8,564억원으로, 삼성 계열사의 2022년 영업이익이 37조8,01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92.4% 급감한 것이다.

삼성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좁혀 보면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에 따른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 실적 부진으로 11조5,2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삼성전자 외 다른 계열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삼성전기 6,749억원 △삼성디스플레이 6,302억원 △삼성SDI 4,225억원 등에 그치며 전반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렸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 역시 3조7,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감소했다.

SK그룹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그룹 계열사 135곳의 영업이익은 2022년 18조8,282억원에서 2023년 3조8,841억원으로 79.4%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열사 가운데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인해 2022년 영업이익이 7조6,609억원에서 지난해 무려 161% 줄어든 마이너스(-) 4조6,721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에너지 영업이익도 2022년 2조5,923억원에서 지난해 84.5% 줄어든 4,018억원에 그쳤다.

SK그룹의 아픈손가락으로 꼽히는 SK온의 지속적인 적자도 그룹의 실적 악화를 견인했다. SK온은 출범 이후 3년간 20조원 가까운 투자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누적 적자 규모만 2조5,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당장 올 2분기에도 3,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LG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LG그룹 계열사 48곳의 영업이익은 2022년 1조4,691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118.76% 감소한 3,86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룹 맏형격인 LG전자가 2022년 1,107억원에서 지난해 420.6% 오른 5,767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고, LG디스플레이가 6개 분기 연속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결국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LG화학도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2022년 1조522억원에서 지난해 110.4% 줄어 영업손실 1,091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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