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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포르투갈 ECB포럼서 '비둘기파'적 발언
고용시장 강하지만 적절히 냉각, 인플레 완화
높아지는 금리 인하 기대감, 국채 금리도 하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경제 지표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 경로에 진입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관심을 갖는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연준 의장 “인플레이션 상당 부분 완화”
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포럼에서 "최신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우리가 디스인플레이션 경로로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1분기 재상승했던 물가가 다시 저감되는 경로로 복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나서야 완화 정책의 유형이나 정책을 줄이는 과정을 시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저감이 다시 시작된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아직은 그 수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또 "너무 일찍 정책을 전환하면 우리가 한 좋은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반대로 너무 늦게 가면 불필요하게 회복과 확장(경기순환 사이클)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고 경제와 노동 시장이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너무 일찍 움직이는 것보다 너무 늦게 움직이는 위험이 올해 더 나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준은 지난 1년 동안 너무 일찍 금리를 인하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CNBC에 따르면 올 초 시장은 각각 25bp 기준금리 인하가 최소 6회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후로 시장 가격은 9월과 연말 전에 각각 1회씩 2번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것으로 기존 입장을 축소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위원들은 6월 회의를 통해 올해 단 한 차례의 인하만을 전망하고 있다. 한편 파월은 이날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여기서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9월 금리 인하 하나, 시장 기대감 상승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가 연이어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5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과 비교해선 보합에 머물렀다. 지난달 1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3%로 개선돼 연준이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장 기대를 키웠다.
여기에 이번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마감 무렵 9월 기준금리를 인하 확률은 67.2%로 전날 65.3%보다 올랐다.
자산운용사 라자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 로널드 템플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조치를 현재 예상보다 더 많은 3차례까지 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템플은 "연말을 향해 갈수록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세는 모두 둔화되고 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라며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9월까지 물가 상승 압력이 잡혔는지 확인할 수 있는 3건의 인플레이션 및 노동시장 관련 주요 보고서를 더 받아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급등했던 국채 금리, 파월 비둘기 발언에 안정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자 미 국채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4.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44%를 기록했다. 연준의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도 3.3bp 내린 4.737%를 나타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큰 폭으로 올랐던 국채 금리가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진정된 것이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승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채권시장이 한 차례 요동친 바 있다. 특히 장기채인 10년물 금리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136%포인트 뛴 연 4.479%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튿날 0.055%포인트 오른 데 이어 또다시 급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금리가 발작 수준으로 급등한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 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소득세 폐지 등 대규모 감세 정책도 약속했다. 재선 후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급증하게 된다. 모건스탠리는 “트럼프에게 유리한 상황은 채권 금리를 올리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