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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구조조정 시작, '유의' 사업장 재구조화·'부실우려' 사업장 경·공매 매각
시장선 7월 위기설 확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저축은행 추가 손실이 충당금 규모보다 커질 수 있어"
과거보다 정부 대응 발전한 건 호재, 금융권 자기자본 대비 PF 부담도 75.6%→57.8%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저축은행업계 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재구조화 과정에서 추가 손실 비용이 충당금 규모를 웃돌면 적자가 심화할 수 있단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7월 위기설'이 거론되기도 한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건이 대부분 7월에 몰려 있는 만큼 부실 문제가 한 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PF 사업성 평가 완료, 금감원 현장 점검 돌입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지난달 13일부터 부동산 PF 사업장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해 사업성을 재평가한 뒤 그 결과를 지난 5일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유의·부실우려 평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해선 이달 말까지 재구조화 계획을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경·공매 등 본격적인 PF 사업장 구조조정은 내달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주부터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와 관련한 현장 점검에 돌입한다. 금융사가 제출한 사업성 평가 결과와 금감원이 자체 평가한 결과가 크게 차이 나는 사업장이 그 대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리스크위원회에서 사업성 평가 예외 사업장으로 분류한 사실을 확인됐다"며 "현장점검을 통해 평가를 예외로 한 사유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장 평가 등급은 현장 점검을 통해 사업성 평가가 제대로 시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확정된다. 당국은 '유의' 등급 사업장에 대해선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우려'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부실우려 평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출을 해준 금융사는 대출금의 75%까지 대손 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이번엔 '7월 위기설'? 저축은행업계 손실 심화하나
당국의 목표는 양호한 사업장을 살리되 부실한 사업장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함으로써 전 금융권으로의 PF 부실 확산을 막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양호한 정상 사업장이 불합리하게 정리될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저축은행발 부동산 위기설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그러잖아도 적자에 허덕이던 저축은행업계가 PF 정상화 과정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시선에서다.
업계에선 PF 사업장 재구조화에 따른 저축은행의 추가 손실 비용이 이미 적립된 충당금 규모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ICE신용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저축은행업계에서 2조6,000억~4조8,000억원가량의 PF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부담될 수밖에 없는 액수다. 실제 79개 전체 저축은행은 지난해 연간 기준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올 1분기엔 그마저도 적자 전환해 1,543억원의 손실을 봤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손실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적자 누적을 버텨낼 만한 체력이 없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축은행의 '진짜' 위기가 이번 달부터 시작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위주의 부동산 PF 부실 건들이 대부분 7월에 몰려 있는 데다 정부 주도의 부실 사업장 정리가 2분기부터 진행되면서 긴장을 늦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PF 부실 문제가 심화하자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부실에 건설업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불거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금융위기 사태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 것"
다만 이 같은 '7월 위기설'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의 PF 연착륙 의지가 큰 데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비슷한 사례를 이미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1년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7곳에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2008년 말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가운데 PF 대출이 늘면서 건전성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2004년 10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부동산 PF 대출은 2008년 83조원까지 불었고, 2005년 2.0% 수준이던 PF 연체율은 2009년 25.1%까지 치솟았다. 이렇다 보니 부실 사업장은 정상화에 실패했고, 정상 사업장도 이내 부실화했다.
당시 정부의 대응도 사실상 실패했단 평가가 주류다. 정부는 PF 대출의 취급과 운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저축은행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정부매입 등으로 미분양 해소 방안에 주력했다.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부실 PF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활용해 구조조정을 이루기도 했다. 속도에 초점을 맞춰 발 빠른 대처를 이루겠단 취지의 정책이었으나, 사업성 평가가 지속될수록 부실채권이 늘어난 탓에 질서 있는 구조조정에 실패했다.
반면 최근 정부는 사업성평가 등 사후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기준을 세밀화해 부실 정도를 단계별로 나누는 식이다. 사업성평가도 기존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서 상술한 4단계로 확장했다. 이와 함께 충당금 강화로 손실 인식을 이연할 소지를 방지하고 실효성이 높았던 건설경기 대책인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 LH의 건설사 토지 매입 등도 도입한다. 또 금융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부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일시적 규제 완화도 실시할 예정이다.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꼼꼼한 극복 방안을 마련함 셈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대비 상황이 다소 양호하단 점도 호재다. 물론 수치만 보면 현 상황이 과거보다도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일례로 현시점 부동산 PF 규모는 230조원으로, 이는 금융위기 고점인 2009년 103조원의 2.2배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명목가치, 금융사 자본력 등 외부 요인을 모두 고려하면 올해 PF 규모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축소된 수준이다. 가령 주택시장 시총 대비 규모가는 2009년 3.6%에서 2023년 3.7%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약 50조원으로 추정되는 비주택을 제외하면 2.9%로 하락했다. 과거와 회계기준이 변경된 보험업을 제외하면 금융업권이 자기자본 역시 2009년 대비 2023년 3.0배나 커졌다. 이를 모두 포함해 계산하면 금융권 자기자본 대비 PF 부담은 금융위기 당시 75.6%에서 오늘날 57.8%로 대폭 축소했다.
부실 발생 배경에도 차이가 있다. 과거엔 공급과잉과 고분양가로 초래된 미분양 적체로 인해 본 PF 미매각 리스크가 발생한 게 부실의 원인이었다. 이에 부실 리스크는 주로 시공사에 집중됐고, 착공 후 매각 단계에도 부실이 발생한 탓에 저축은행뿐 아니라 건설업계에도 큰 타격이 이어져 부실 해소에 어려움이 컸다. 반면 최근 사태는 사업비 급증 및 기대 사업성 약화로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사업이 좌초돼 본 PF 전환 자체가 실패한 게 부실의 원인이다. 즉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옥석 가리기'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리스크 해소가 가능하단 의미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감독 당국이나 정부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교훈 삼아 저축은행업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라며 "아직 위기설을 거론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