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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연속적인 주가 급등세 나타나기도
자사주 헐값 매각 요구에 불복한 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시발점' 됐다
화천그룹 지분율 32% 안팎, 소액 주주 등 표심이 승패 가를 듯
금융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창업자(2대주주)와 최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양측은 우선 각각 의결권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대주주인 화천기계가 먼저 에프앤가이드에 대한 출자 소식을 밝혔고, 이후 창업자인 김군호 전 대표이사 측이 지분 확보에 돌입했다.
우군 확보 나선 김군호 전 대표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최근 다수의 의결권 대행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일부 우군도 확보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뜻을 함께하는 개인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표 대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뚜렷한 백기사(우호 세력)는 없지만 설득한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몇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에프앤가이드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회사의 주가는 급등세를 이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거래일 내내 쉬지 않고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 측에서 에프앤가이드의 거래를 25일 하루 동안 정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영권 이슈가 거듭 부각된 점, 화천기계의 36억원 출자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점 등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거래 정지가 풀리면서 주가가 전날 대비 1만1,500원(29.91%)가량 급락, 2만6,950원에 하한가에 장을 마감했다.
분쟁의 시발점은 '자사주 소각'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2000년 삼성그룹의 사내 벤처 기업으로 출범한 회사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 전 대표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데이터 판매'라는 사업 아이템을 앞세워 회사를 독보적인 금융정보 제공 기업으로 일구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0년 12월엔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상장을 이루기도 했다.
문제는 에프앤가이드 인수 당시 손잡은 화천그룹이 20년간 이어온 재무적 투자자(FI) 지위를 버리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화천그룹 3세인 권형석 화천기공 대표는 지난해 9월 유병진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 통과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을 법원에 냈고, 그 결과 김 전 대표는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문제가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다. 앞서 화천그룹 측은 에프앤가이드 자사주 73만 주를 화천기공 측으로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에프앤가이드는 화천그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사주 73만 주를 전량 소각했다. 화천그룹 측이 8,000원대였던 자사주를 6,000원대의 헐값에 매각하라며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탓이다. 당시 소각된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6%(총규모 59억5,074만원)가량이며, 이로 인해 회사의 발행주식총수는 1,208만 주에서 1,135만 주로 감소했다.
이에 화천그룹 측은 자사주 소각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사후 소각된 주식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김 전 대표 측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갈등이 심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화천그룹 측의 경영 승계 '꼼수'가 창업주 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진 셈이다.
최대주주-창업자 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에프앤가이드와 화천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차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화천그룹 3세인 권형석 화천기공 대표가 유병진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 통과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을 법원에 내면서 김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권형운 화천기계 대표는 본인과 형인 권형석 대표를 에프앤가이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 허가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 전 대표는 11일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와 김현전 동양생명 자산운용 부문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앉히겠다며 임시주총 소집 허가 맞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달 31일 개최되는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시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지분율만 놓고 보면 화천그룹 측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화천기공·화천기계를 비롯해 권영열 화천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총합 32%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김 전 대표의 지분율은 11.33% 정도다. 차이가 꽤 큰 셈이다.
다만 김 전 대표 측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표가 우군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라서다. 업계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최근 엠티홀딩스 및 이철순 현 에프앤가이드 대표이사와 의결권 공동 행사 합의서를 체결해 지분율을 총 21.53%까지 확보했다. 에프앤가이드 주식 구성상 소액 주주 지분이 30%에 달하는 만큼 임시주총 표 대결에서 이들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점도 호재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서도 열세를 뒤집을 만한 '열쇠'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