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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타 메스터 전 연은 총재, 금리 인하 속도 둔화 전망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장벽·감세 공약, 현실화 시 금리 상승 초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대미 수출도 '타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혔던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한 관세 정책 시행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금리 인하 제동 걸린다?
12일(현지시간) 메스터 전 총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UBS 유럽 콘퍼런스에서 “내년에는 9월에 가정했거나 예상했던 것만큼 많은 금리 인하가 있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 금리 인하 속도가 재정 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47대 미국 대선에서 승기를 거머쥐며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내년에 총 4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메스터 전 총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련해 "단순히 관세가 아니다"라며 "이민과 세금 부문에서도 진행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지출 관련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더해져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바뀌었는지를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메스터 전 총재는 12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위원들이 내달 회의가 열릴 때쯤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제안한 재정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초기 평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부 사항과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준의 평가는 내년 초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메스터 전 총재의 분석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에서 기인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세계적으로 통상 갈등이 심해지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와 일자리법(TCJA)' 관련 공약도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5년 만료를 앞둔 해당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공약에 따라 세금이 감면될 시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커지며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되는데, 금리 역시 이에 맞춰 상승할 확률이 높다.
한국 경제도 '영향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한국 경제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한국은행의 경우 한동안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며 강달러 현상이 심화할 경우,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며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8일 진행될 연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수출 시장의 경우 관세 압박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틸튼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다소 감소했지만, 다른 아시아 수출국과의 적자는 크게 증가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 간 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두더지 잡기' 방식으로 다른 아시아 경제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대만, 베트남이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다"며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특권적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베트남은 중국이 우회무역을 하고 있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이들 국가는 가능한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면서 압박을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