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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앞둔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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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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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유상증자로 뭇매 맞은 고려아연, 긴급 기자회견 개최
시장서는 유상증자 철회 전망에 힘 실려, 지분율 경쟁 어쩌나
경영권 분쟁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 표심이 변수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 고려아연 측이 시장 여론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철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지분 경쟁에서 열위로 밀려난 최 회장 측이 꺼내 들 '플랜 B' 카드에 집중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기자회견 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오전 중 유상증자 관련 의사 결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어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 여부를 결정하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사회 내부적으로는 시장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앞서 지난달 30일 일반공모 방식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증권신고서에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 결정 과정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 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 유상증자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장 역시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의 예상 발행가액을 최근 진행한 공개매수 가격(89만원)보다 훨씬 낮은 67만원으로 공시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공시한 가격대로 유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

고려아연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유상증자 철회 소식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고려아연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오전 11시 7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2.28% 오른 116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에는 주가가 6.39% 급등하며 12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 회장, 지분 경쟁에서는 '열위'

문제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할 경우 최 회장이 의결권 열위를 뒤집을 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NH투자증권에 증거금을 전액 예치하고 ‘자유재량매매(CD, Careful Discretion)’ 방식으로 매수를 요청, 고려아연 보통주 28만2,366주(1.36%)를 추가 취득했다. 자유재량매매는 투자자의 매매 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제한된 가격대에서 소량의 지분을 꾸준히 매매하는 방식이다.

이번 매수에 따라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6.68%까지 높아지게 됐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지분에 기존 영풍 및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영풍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 등을 더하면 MBK·영풍 연합의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39.83%까지 상승하게 된다. 차후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소각한다면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45%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한층 벌어진 셈이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주주를 포함해 35% 내외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근 최 회장의 우군으로 꼽히던 한국투자증권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를 모두 처분한 만큼, 최 회장 측의 지분율 역시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고려아연 지분 0.7% 중 일부를 처분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제하면 최 회장 측은 의결권 경쟁에서 한층 불리한 입지에 놓이게 된다.

고려아연의 '플랜 B'

지분 경쟁에서 MBK·영풍 연합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최 회장 측은 향후 펼쳐질 표 대결을 고려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우선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 안건 중 92.5%에 찬성하며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앞서 진행된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경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하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향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판단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 맡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하지만, 자체적인 판단이 어렵거나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민감한 사안은 수책위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수책위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상장 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 등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다.

일각에선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개선위)의 등판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은 내부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판단을 개선위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책위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개선위의 자문 내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 IB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개선위 쪽의 자문을 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선위 자체가 수책위에서도 판단하기에 부담스러운,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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