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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두산공작기계 中 매각설 정면 반박 적대적 M&A로 인한 여론 악화 고려한 해명인가 "MBK가 고려아연 쥐면 공급망 흔들려" 시장 여론 비우호적
MBK파트너스가 과거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중국에 매각하려 했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의 기계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나, 실제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것은 국내 우량 기업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MBK가 적대적 M&A에 대한 반감으로 국내 시장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MBK, 두산공작기계 매각 논란 해명
23일 MBK는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 측이 제기한 두산공작기계 중국 매각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앞서 MBK는 지난 2016년 두산그룹 구조조정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 부문을 인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최 회장 측에서는 MBK가 중국 기업을 두산공작기계의 1순위 매각 대상으로 선정하고 협상을 벌였다는 주장을 내놨다. 관련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두산공작기계가 국가핵심기술인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MBK는 입장문을 통해 “두산공작기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증대됨에 따라 매각을 타진해 보려고 했던 2019년부터 당시 매각 주관사였던 BoA메릴린치(현 BofA)에 전 세계 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랐다”며 “(그때) 중국의 기계 업체들도 매각 주관사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중국 기업과는 구체적인 매각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는 경상남도 소재 우량 기업인 DN오토모티브에 성공적으로 매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K서 등 돌리는 국내 출자자들
시장에서는 MBK가 최근 적대적 M&A 행보로 국내 시장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 최윤범 회장 측이 제기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는 평이 나온다. 적대적 M&A는 기업 소유 지분의 인수·합병 중 기존 대주주의 협의 없이 이루어지는 기업 지배권 탈취로, 매수자와 피매수기업 간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우호적 M&A와는 달리 피매수측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적대적 M&A에 집중하는 MBK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동안 국내 사모펀드(PEF)들은 우호적 M&A를 기반으로 대기업 집단의 자본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PE는 주로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국민 여론이 악화되는 적대적 M&A에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M&A에 반감을 가진 국내 연기금, 공제회는 최근 MBK로부터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과학기술공제회는 지난 10월 PE 대형 부문 위탁운용사에서 숏리스트(적격후보)에 포함됐던 MBK를 제외했다. 같은 달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인 M&A를 통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아니라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 MBK 측에 압박을 가했다. 만약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가 지속적으로 MBK에서 이탈할 경우, MBK의 해외 연기금·금융기관 의존도가 확대돼 국부 유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에 더해 국내 대기업과 MBK 간 우호적 M&A가 급감할 위험도 있다. MBK가 시장 여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MBK가 기간산업 유출한다" 우려도
장기화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와 관련한 여론 역시 MBK에 우호적이지 않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비철 제련 핵심 기술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전략 자산이며,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해당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며 기간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의 해외 기술 유출은 없다"고 밝혔으나, 분리 매각이나 쪼개 팔기, 자회사 및 계열사 매각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시 사실상 국내 아연 공급망이 '독점 체제'가 된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MBK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갑작스레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견제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향후 MBK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시도할 때 국외 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국내 아연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