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은 새 발의 피 대만해협서 전쟁 발발 시 전 세계 GDP 10% 감소 美 싱크탱크 "최대 피해국은 한국"
대만 주재 미국대사 격인 레이먼드 그린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장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0조 달러(약 1경4,000조원)가량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체 GDP 10%에 해당되는 규모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두 배에 달한다.
中 도발행위 중단·대만 자기방어 강화 촉구
24일 공상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린 사무처장은 지난 20일 대만 상공인단체 중화민국공상협진회가 타이베이에서 개최한 초청 강연에서 대만해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지역에서 전쟁 발발 시 전 세계 GDP가 10조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 처장은 특히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첨단 반도체의 70%가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중국의 도발 행위 중단과 대만의 자기방어 능력 강화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대만의 개혁을 통한 국방 강화와 국방비 증액을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대만은 2017년 이후 국방 예산을 늘렸는데, 2019∼2023년까지 국방비 지출이 약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 처장은 이날 강연 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기조로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및 대만의 미래 도전 대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억지력 유지를 위한 방위 물자 제공과 관련, 군수품의 대만 내 생산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전쟁 워게임 결과 수억 명 사망
그린 처장의 이번 발언은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CSIS 역시 대만해협 충돌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양안 전쟁이 벌어지면 그에 따른 경제 손실이 세계 전체 GDP의 10.2%에 해당하는 10조 달러가 될 것으로 봤다.
추정되는 인명 피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CSIS는 MIT와 공동으로 대만 전쟁이 2028년에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워게임을 실시했다. 총 15차례 이뤄진 워게임에서 미국은 5차례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세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미군이 승리하는 5차례 중 4차례는 양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5차례 중 1차례에서는 중국이 대만에 핵 공격을 가했으며 미국이 전술핵을 사용, 대만 내 중국군 주둔지에 반격해 중국군을 물리쳤다. 워게임에서 중국군은 강한 미사일 방어 능력과 반격 능력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미국의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전투기 등 첨단 무기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워게임은 중국이 미국 본토에 핵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3차례의 워게임에서는 미중 양국이 핵무기를 이용해 상대국을 무차별 공격했고 양국 국민 수억 명이 사망하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군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핵잠수함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반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워게임 결과를 바탕으로 CSIS는 미국이 대만 해협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외교와 경제 등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위기를 타개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미국과 동맹국들이 협력을 강화해 대만 전쟁 상황에서 제기할 수 있는 양보안을 마련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CSIS는 지난해 1월에도 대만 전쟁 워게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CSIS는 2026년에 중국 해군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해 워게임을 진행했다. 워게임 결과 중국 해군은 궤멸되고 미국이 결국 승리하지만, 미군 전력 역시 중국군만큼 파괴돼 국제적 위상이 흔들릴 것으로 예측됐다. 대만 군사력 역시 궤멸되고, 전쟁으로 경제·사회 등 기초 인프라가 모두 파괴될 것으로 예상됐다.
韓 가장 큰 피해, GDP 23.3% 손실 추산
CSIS는 대만해협 봉쇄에 따른 손실도 5조 달러(약 7,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국가로는 동북아의 미국 동맹국인 한국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수출의 30.33%, 수입의 22.6%가 대만해협을 거치는데, 2022년 기준으로 그 액수가 총 3,574억 달러(약 518조9,000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대만해협은 한국이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수입하는 루트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65%를 중동 국가에서 수입하는데 이 원유는 모두 대만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전쟁 발발로 인해 대만해협과 대만 남부 루손해협이 막히면 필리핀 남부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 경우 항로가 1,600km나 늘어난다.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 모두 급증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과 기계 부품 등의 공급망도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휴대폰과 컴퓨터, 태블릿, 가전 등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생산도 차질이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대만 침공이 발생한 첫해 한국이 GDP의 23.3%에 이르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