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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위기 5년차, 4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마저 유동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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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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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국유자본 배경, 완커 유동성 위기설
규제당국, 보험사에 완커 리스크 노출 보고 지시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 대증요법에 기댄 탓

중국의 부동산 부채 위기가 5년째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이 심각한 여파를 겪고 있다. 주요 개발업체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해 있고, 해외 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심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구제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위기 장기화에 주식·국채시장도 흔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중국 주택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와중에 경영난에 빠진 디벨로퍼들의 부채 상환이 이뤄질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벨로퍼들의 달러화 채권은 여전히 심각한 경영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채권 발행은 거의 고갈됐고, 주식시장에서도 큰 폭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부동산 시장은 4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 Vanke)마저 유동성 위기로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 은행 규제당국인 금융감독관리총국은 대형 보험사에 완커에 대한 재무적 노출을 보고하고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2025년 5월 만기인 완커의 달러 표시 회사채는 지난주에만 약 10센트 하락했다. 1년 새 최대 주간 낙폭으로, 현재 완커 달러채 가격은 달러당 80센트에 머물고 있다. 2027년 만기 달러채는 49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헝다·비구이위안 이어 완커도 '흔들'

완커는 1991년 중국 선전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선두 부동산 개발사로 대표적인 우량 부동산 업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국유기업인 선전메트로가 완커의 최대 주주로, 사실상 국유기업 배경이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파산 위기에 빠진 후에도 건재했던 완커의 유동성 위기는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완커는 올 들어 매출액도 급감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부동산 판매면적은 1,330만8,000㎡, 판매액은 1,812억 위안(약 35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6.8%, 35.4% 감소했다. 올 상반기엔 98억5,000만 위안(약 1조9,500억원)의 순손실도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완커의 신용평가 등급을 기존의 'BB-'에서 'B+'로 내리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완커는 내년 역내 만기 혹은 콜옵션 행사가 도래하는 채권은 16개로, 액수는 330억 위안(약 6조5,6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역외 달러채 채권만 36억 위안 규모다. 내년 채권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진 천 제프리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부동산 거래가 반등하지 않고, 부동산 경기 불황 속 자산 매각 속도도 더뎌지면 더 신중해진 은행들이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며 "완커가 예상보다 더 빨리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완커가 디폴트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 정부가 구제할 가능성은 50%보다 낮다고도 내다봤다.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 총체적 복합위기 우려

한때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했던 부동산 시장은 2021년 말 헝다그룹 디폴트 사태 이후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 액수만 1,300억 달러(약 188조8,000억원)가 넘는다. 디폴트가 잇달아 터지며 부동산 업체들의 채권 발행도 위축되고 있는데, 올 들어서 중국 본토와 홍콩 부동산 업체들이 발행한 채권액은 모두 673억 달러(약 97조7,200억원)로, 약 10년 새 연간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말부터 지속적으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췄으며, 구매 제한 조치를 대부분 해제했다. 지방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 여력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가 대규모 지방 정부 부채 대환 정책도 발표했다. 이달 열린 중국 연간 최대 경제 업무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중국 지도부는 내년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하지만 사전 단계를 극복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기는 침체일로다. 중국 경제 성장의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부동산이 30%가 넘을 정도로 높다. 부동산 가격이 성장에 미치는 자산효과 계수를 추정해 보면 ‘0.3’으로 그 어느 국가보다 높게 나온다.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 경기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하는 주요인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금리를 적용해 보면 시진핑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스타 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그러나 R더블스타 금리를 낮춘 게 패착이 됐다. 실물경제를 침체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는 R스타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R더블스타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R더블스타에 맞춘 정책금리 인하로 올해 8월 이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 아래로 하락했다. 절대 수준으로는 연 1% 내외인 일본 국채 금리 다음으로 낮다. 중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이제 막 1만 달러를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대탈출(GCE·Great China Exodus)’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에는 국채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채 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거품이 무너지면 큰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0년대 일본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주식, 부동산, 국채 순으로 무너진 것과 동일한 경로를 겪기 때문이다. ‘일본화(Japanization)’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중국 경제도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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