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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투자의 씁쓸한 뒷맛’ 이마트, G마켓 잔여 지분 우선 매수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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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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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지분 80% 인수에 3.4조원 투입
향후 지분 매입 계획은 ‘미정’
실적 개선 요원, 차입금만 급증

이마트가 G마켓 잔여 지분을 매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년 전 3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G마켓을 인수했으나, 이후 G마켓의 실적이 하락세를 거듭하며 재무적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잔여 지분을 보유한 이베이는 제3의 원매자를 찾아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콜옵션 만기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G마켓 잔여 지분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날 “이베이 쪽에서 G마켓 잔여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연락이 왔고, 제3자 매각에 동의해 달라는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021년 10월 자회사 에메랄드SPV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 회사의 지분 80.1%를 3조4,404억원에 사들였다. 아폴로코리아는 과거 이베이코리아를 운영하던 영국 소재 이베이KTA가 자회사 매각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이마트→에메랄드SPV→아폴로코리아→지마켓’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당시 이마트는 아폴로코리아가 보유한 G마켓 잔여 지분 19.9%에 대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계약 내용에 포함했다. 콜옵션 만기는 지난해 말이었지만, 이마트는 해당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단순 콜옵션 행사 계약 기간이 종료된 것”이라면서 “특별한 사유는 없으며, 향후 지분 매입 계획 또한 미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콜옵션을 행사하기에 재무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개별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27.3% 감소한 1,8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런 수익성 악화에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경쟁 심화 이커머스, 투자 수요도 ‘0’

이베이는 이마트가 매수를 포기한 잔여 지분 19.9%를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시장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업계 경쟁이 격화하는 등 G마켓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지난해 G마켓은 321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엔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3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마트가 인수에 나섰던 2021년과는 매우 상반된 분위기다. 당시 G마켓과 옥션은 인수·합병(M&A)시장의 ‘알짜’ 매물로 꼽혔다. 출혈 경쟁이 심각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5년 동안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는 유일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의 2020년 매출은 1조3,000억원으로 영업이익 또한 850억원에 달했다.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과 G마켓이 물류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 배경이다.

그러나 업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시장에서는 희망을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현재 11번가와 티몬·위메프 등도 수개월~1년 이상 매물로 나온 상황이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G마켓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 꼽힌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티몬·위메프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법적 절차까지 돌입한 실정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 지분 20%가량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금이 동원돼야 하는데, 이커머스 분야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G마켓 인수 여파, 유동성 위기로

80% 상당의 기존 지분을 보유한 이마트의 셈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마트의 G마켓 인수가 회사를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은 패착이 됐단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인수 자금으로만 3조원을 넘게 쏟아부은 탓에 회사의 재무 곳간은 텅 비었고, SSG닷컴 역시 적기 투자 기회를 놓치는 등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적자와 1,8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본업 현금흐름이 위축된 가운데 무리한 M&A와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2019년 6조원 수준이었던 총 차입금(이자 발생 부채)은 지난해 1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해마다 금융비용으로만 수천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가)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만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나선 이마트의 야심 찬 시도가 결국 상처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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