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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포괄·전략적 동반자 조약' 효력 발생 양국 관계 '선린우호' 수준에서 수직 상승, 군사 협력 근거 마련 "북한, 막대한 경제·군사적 이익 얻을 것" 안보 우려 확대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 관계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아 체결한 새 조약이 공식 발효됐다. 기존 선린우호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 군사 협력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러의 협력 강화가 한반도 정세에 중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북러 협력 관계 강화
5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비준서를 4일 모스크바에서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정규 외무성 부상이, 러시아 측에서는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이 각각 비준서 교환의정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북러 조약은 조약 제22조에 따라 비준서가 교환된 4일부터 효력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2000년 2월 9일 체결된 북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은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새 조약이 양자 관계를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려 세우고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게 지역과 세계의 안전 환경을 굳건히 수호하면서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조러(북러) 두 나라 국가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염원을 실현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법적 기틀이 된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새 조약에 기반을 둔 강력한 북러 관계가 "양 국민의 복리를 도모하고 지역 정세를 완화하며 국제적인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는 힘 있는 안전 보장 장치"라면서 "지배와 예속, 패권이 없는 자주적이고 정의로운 다극화된 세계 질서 수립을 가속하는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포괄·전략적 동반자'란
포괄·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수교하는 국가 간의 양자관계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한 외교 용어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포괄적 동반자'라는 용어에는 수교하는 양 국가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우호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미가 담기며, '전략적 동반자'는 주로 군사·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틀의 협력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국가마다 외교 관계의 우열을 가리는 단계는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단순 수교국에서 △동반자 관계 △포괄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관계 등 순으로 외교 관계의 등급을 나누고 있다. 주요 동맹국들을 살펴보면 일본과는 동반자 관계며, 중국·러시아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영국과는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과는 최상위 단계인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다.
러시아는 △선린우호 관계 △협력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맹 순으로 외교 관계를 평가하며, 여기에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변형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에 효력이 발휘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기존 선린우호 관계였던 북러의 관계를 수직 상승시킨 것이다. 해당 조약에는 북러 중 어느 한 나라가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긴장 고조 우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강화가 한반도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북러 협력 강화는 사실상 남북한 사이의 휴전선이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싸움의 최전선이 된다는 것을 재확인시키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번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경제·군사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경제적 이익은 병사들의 급여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북한군이 파병에 대한 대가로 1인당 월 2,000달러(약 277만원)를 받는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 달 치로 환산하면 13만2,400원 수준인데, 이 돈의 스무 배가 넘는 액수를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월급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수가 1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매월 2,000만 달러(약 277억원), 1년으로 계산하면 2억4,000만 달러(약 3,280억원)의 외화를 받게 된다.
이에 더해 북한군은 이번 파병을 통해 실제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데이터를 확보, 낙후된 무기 체계를 현대화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통해 무기 체계를 혁신했듯, 북한도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군사력 제고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북한 측의 경제·군사력이 향상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정세가 유의미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