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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함 서구권, 중국산 제품 관세 조치 강화 한국 및 대만, 중국산 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 노출 동남아시아, 중국 생산 기지 이전 대체지로 각광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경제권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기회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잇달아 중국 상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특유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 연계 공급망 와해에 따른 시장 상실 우려를 비롯해 정치적 불안 해소 및 법 제도 정비의 필요성 또한 증가하는 실정이다.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 한국과 대만 ‘전기·광학 산업’에 부정적
올해 들어 중국산 수출품을 겨냥한 신규 관세 부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Section 301)에 따라 광범위한 중국 제품들에 대한 관세율 인상 검토를 완료했고,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조치를 시행했다. EU 또한 중국 전기차에 45% 관세 부과 찬성으로 해당 진영에 합류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제품에 대한 60% 추가 관세는 물론, 중국 제외 모든 수입품에도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보호무역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조치는 관세 부과국 소비자 가격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위축은 물론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이어져 글로벌 소비 및 수요 감소를 부를 전망이다. 또한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도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산 완제품 수요 감소는 중국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된 한국과 대만의 전기 및 광학 장치(electrical and optical equipment) 산업을 크게 위축시켜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준하는 실질 소득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과 주요 무역 상대국 간 30% 쌍방 관세 인상이라는 무역 전쟁을 상정한 통계 모델에 따르면 해당 조치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미칠 지역은 다름 아닌 아시아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보다 미국, 유럽과 경제적으로 깊이 연결된 브라질, 튀르키예 등은 중국 수출 대체를 통해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생산 기지 이전 대안으로 동남아시아 각광
하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아시아 국가들에 위기 이상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될수록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운 제조 및 수출 기지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선례도 있다. 미국이 2012년 멕시코와 한국 제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ies)를 부과하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겼고, 2016년 다시 중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자 업체들은 생산 기지를 태국과 베트남으로 옮겼다. 태국과 베트남의 대미 수출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
해외 직접 투자 흐름도 동남아시아 지역의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제조 설비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2021년부터 올해까지 승인된 투자 규모가 2015~2017년의 곱절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무역 갈등에 대응한 공급망 재조정 차원의 생산 시설 이전 움직임이 이미 무르익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정치적 안정과 법 제도 정비는 과제로
이 같은 움직임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국제협력은행(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JBIC)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사업장을 둔 10%의 일본 기업이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제가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60%의 응답자들이 미국의 규제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기업이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된다면 중국 내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설문 결과는 또 동남아시아 지역이 일본 기업 생산 기지 이전의 최우선 순위임도 드러내고 있다. 베트남이 투자 선호 지역 부문에서 중국을 제친 것이다. 특히 베트남을 선정한 기업 중 22.2%는 ‘위험 분산’(risk diversification)을 이유로 꼽았는데, 일부 응답자는 베트남이 중국 생산 기지 이전의 대안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필리핀 역시 20.6%로 주목받았다. 선정 이유는 베트남과 동일한 ‘위험 분산’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동남아 국가가 수혜 준비를 갖춘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불안정과 법 제도의 미비는 안정된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런 만큼 기업들이 공급망 및 투자처를 고를 때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품질, 공급자 역량, 현지 관계 등과 함께 정치적 안정 및 법적 신뢰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기회를 살려 투자자를 불러들이고 글로벌 공급망에 위치를 각인하고 싶은 모든 아시아 국가가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원문의 저자는 오노다 다카시(Takashi Onoda) 일본국제협력은행(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sia must brace for the impact and opportunities of trade tension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